‘해리포터 작가가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다’
천만부는 거뜬히 팔아치울 만한 마케팅 포인트다. 해리포터의 1/100만이라도 쓰여졌다면..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단순한 대화의 나열과 복선 설치의 실패. 실타래처럼 복잡하되 풀어나가는 과정마저도 복잡하고, 심지어 그것을 독자에게 전달하는데에도 실패했다. 엄청난 상상력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던 조앤 롤링과 성인판 추리소설을 쓰는 로버트가 같은 인물이라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이 책이 그 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많이 팔린 배경에 로버트 갤브레이스의 명성이 있다. 얼핏 듣기에는 신입 작가인 듯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조앤 롤링의 또 다른 필명이다. 해리포터로 쌓인 명성 대신에 실력으로 재평가 받겠다는 의지로 새로운 필명을 만들었으나 어찌해서인지 금방 대중들에게 알려져 버렸다. 덕분에 꽤 많은 책을 팔았지만 또다시 이런 전략이 먹힐지는 의문이다. 해리포터에서 신이 내릴 수 있는 모든 상상력을 다 써버렸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흑인 모델 룰라 랜드리1가 런던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추락해서 사망한다. 살인이라는 음모론도 일부 나오지만 모든 상황적 증거는 그녀의 자살로 향한다. 한편, 퇴역 군인 출신의 삼류탐정 스트라이크에게 그녀의 오빠 ‘존 브리스토’가 찾아와 이 사건을 재조사 해 줄것을 요청한다. 이상한 낌새와 넉넉한 수고료를 받은 스트라이크는 매력적인 계약직 비서 로빈과 함께 이 사건을 조사해 나간다. 이 사건의 주변인물은 룰라의 아래층에 사는 영화 제작자 프레디 베스티귀와 그의 부인 탠지, 경비원 윌슨, 영국을 방문해 같은 아파트에 묵기로 했던 유명 래퍼 디비맥2, 룰라의 남자친구이자 유명배우인 더필드까지.. 수많은 관련 인물들의 증언이 복잡하게 이어진다. 물론 룰라 랜드리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다.
전개와 설정이 뻔한 편이지만 해리포터의 세계를 창조해 낸 이라면 무언가 다를 것이라 기대했건만 잡다하고 복잡하기만 할 뿐, 범인과 동기3, 이를 추적해내는 방식까지도 너무나 평이한 수준, 아니 그 이하여서 실망스러움이 더 크다.
그 수준이 매우 떨어져, 한국어 번역본을 보고 있노라면 긴장감은 커녕 하품이 날 지경인데, 이는 영미권이라고 다르지 않았던지 출간 후에 듣보잡 삼류소설 취급을 당했었다. 내 생각인데, 조앤 롤링의 추락하는 자존심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출판사 측에서 슬쩍 작가의 본명을 흘린 듯 하다. 그것이 독이 되었는지, 약이 되었는지는 다음 작품을 만나봐야 하겠지만 기대는 가지 않는다. 100점을 맞던 아이가 어느날 80점을 맞았을 때에는 기대가 가지만 20점을 맞는다면 포기하고 싶을 일이다. 그정도로 실망스러운 졸작이다.
추리와 판타지가 완전히 다른 장르이기는 하지만 해리포터에서 예상치 못한 복선으로 추리소설적인 요소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던 조앤롤링이기에 실망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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