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과 리메이크의 경계선에서.. 자기복제에 그쳐버린 미작.
문학을 비롯해 텍스트로 되어 있던 창작물들이 영화 판에 뛰어든 얘기를 서두로 꺼내기에는 벌써 식상한 느낌이다. 문학, 역사적 사실, 만화는 진작부터 영화의 시나리오가 되었고 이제 영화가 다시 영화가 되는 시기에 이르렀다. 해외판권을 사서 리메이크를 하기는 했지만, 스파이더맨의 경우는 헐리우드의 자기복제다. 배트맨을 리셋한 다크나이트와도 또 다른 건, 적만 달라졌을 뿐 큰 줄기의 이야기 구조가 완전히 똑같기 때문이다.
무엇이 같은가..
왕따에 가깝던 주인공이 유전자 변형 거미에 물려 엄청난 힘을 얻게 된다는 것. 그렇지만 단박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지나쳐버린 강도에게 삼촌이 죽음으로서 힘에 따르는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는 점은 원작과 같다. 힘겨운 싸움 끝에 적으로부터 시민들을 지켜 뉴욕의 영웅이 된다는 기본적인 골격은 그대로다.
그럼 무엇이 다른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스파이더맨이 똑똑하다는 점이다. 유전자 변형을 연구한 박사의 아들이라는 설정으로 변화하면서 피터는 어수룩함을 던져버렸으나, 오히려 이 점이 영화를 민숭민숭하게 만들었다. 가면을 쓴 히어로가 멋진 이유는 가면 속과 밖의 괴리감 때문인데 현실에서도 멋진 피터는 스파이더맨으로 변신했을 때 반동 폭이 적다. 거기에 거미줄 또한 연구를 통해 만들어낸 소모성 무기라는 사실도 스파이더맨의 신비감을 떨어뜨린다.
한마디로 나쁜 쪽으로 변화해 버렸다.
안타깝게도, 내 대답은 아니다. 너무나도 전작과 비슷한 스토리는 아무리 이런 저런 요소를 같다 붙여도 지루하기만 할 뿐이고 멋있을 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완벽한 피터 파커는 스파이더맨의 매력을 줄여 버렸다. 특히나 기존 스파이더맨에서 보여줬던 위트와 유머까지도 쏙 빼버린 게 지루함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그럼에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기대되는 건.
슈퍼히어로를 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영화 기술이 나날이 진보함을 그대로 볼 수 있는데다가 뉴욕의 마천루 사이를 경쾌하게 누비는 스파이더맨은 스토리와 캐릭터의 매력을 아무리 줄인다 하더라도 관객을 영화로 이끄는 강력한 자기장을 지닌다. 활공액션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기왕이면 조금 더 발전 된 스토리라인과 캐릭터를 원하는 게 나뿐만은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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