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행 두번째 날이 밝았다. 어젯밤, 늦게까지 회와 함께 어른들의 음료수를 즐겼음에도 8시면 눈이 떠진다. 이번에 잡은 숙소는 씨클라우드로 꽤 괜찮은 레니던스 호텔이다. 가장 좋았던 건 조식 시간이 10시까지라(주말에는 11시) 여유있는 아침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숙소 자세히 보러가기) 그렇다 하더라도 늦장을 부리는 건 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는 지름길. 8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9시에 호텔을 나선다.
한 개의 소원은 꼭 들어주는 해동용궁사
절의 슬로건 부터가 심상찮다. 한개의 소원은 꼭 이루는 절이라니.. 그 옆의 돌하르방과의 부적절한 조화는 이곳이 절인지 사당인지 알쏭하게 만든다. 순수한 절이라기 보다는 기복 중심의 민간 사찰이라는 말이 꼭 맞다. 사진에 담지는 않았지만 입구께에 서 있는 교통안전탑은 정말 가관이다. 그런데...
절 입구를 지나 몇계단만 내려가면 나오는 경치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우와~~ 비가 오는데도 중국인 관광객으로 가득한 이유를 절로 알게 된다. 참고로 10시~11시가 단체 관광객 피크타임인지 이 시간만 지나면 좀 적은 것 같으니 방문하려는 사람은 11시 경이 좋을 것 같다. 아무튼 바다 옆에 위치해 파도가 들이치고 있는 절의 모습은 VJ특공대에서나 볼법한 광경이다. 여주의 신륵사가 강 옆에 있다면 용궁사는 바다 옆에 있는 것이다. 용궁이라는 이름 참 잘 지었다.
절 안으로 들어오기까지 가파른 계단과 굴, 돌다리를 건너야 하지만 거리가 먼 것은 아니다. 다만, 너무 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진출입이 좀 불편할 뿐이다. 가뜩이나 비때문에 조금 더 힘들다. 절 내부에 들어서면 황금빛 불상이 반겨준다. 와이프가 무언가를 기원했는데 뭔지는 안알려준다. 아마 다이어트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아니라면 말해 보시지!!)
절의 본원(?)도 예쁘지만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풍광 또한 장난 아니다. 절 아래쪽 바위로 치는 파도소리가 무시무시 하다.
나오는 길 와이프가 자기 십이간지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양띠는 올해가 삼재구나(삼재와의 기념촬영)
자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가 볼까?
등대가 예쁜 포구. 청사포
청사포는 조개구이와 장어구이가 유명하다. 오전 11시30분. 조개구이를 주문하고 가볍게 맥주를 한잔 했다.(부산 먹거리 보러가기) 식사를 마치고 포구를 돌아본다. 이른 시간인데다 날씨도 좋지 않아 포구에는 10여명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어슬렁 거린다. 등대도 예쁘겠다.. 분위기 좀 잡아볼까?
짜잔..등대의 원리는 잘 알지 못하지만 부산에 와서 보니 개략적인 개요는 알 것 같다. 아마도 붉은색과 흰색이 등대의 좌우를 구분하는 것이리라..파란 파도에서 잘보이라는 뜻에서 정한 것이겠지만 대비되는 색상의 등대는 로맨틱하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등대길도..
아.. 그래서 파란 로고를 가진 포카리스웨트가 바닷가에서 광고를 찍었구나... 바닷바람이 찬데도 채은이가 무척이나 좋아한다. 바다때문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갈매기 때문일텐데, 아무렴 어떠냐.. 기분 좋다는게 중요한거지.. 등대도 봤겠다 다음 일정으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주차장 뒤편.. 폐쇄된 기찻길이 있는게 아닌가.. 사전에 계획했던 곳이 아니어서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거기에다 채은이가 좋아하는 자갈도 가득하고.. 지금은 기찻길인지 모르지만 나중에는 알거다. 얼마나 가기 힘든 곳에서 찍은 사진인지를...
바다를 품은 도시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마을 - 감천문화마을
일종의 달동네다. 감천문화마을은.. 달동네에서 문화마을로 탈바꿈 해 이제는 부산여행의 필수코스로 자리잡았다. 서울에도 비슷한 곳으로 북촌과 서촌이 있기는 하지만 스케일이나 풍광이나 감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마을 전체가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칠해져 있는데다 한눈에 꽉 차게 들어오는 탁 트인 풍광이 보는 이를 아찔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단순히 색만 칠했다고 문화마을이 아닐 터.. 무엇이 관광객들을 이리로 오게 하는 걸까? 앞서 말했듯이 감천문화마을은 달동네다. 걸어서 둘러보기에는 쉽지 않은 곳이란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리 구비구비 굽고 좁은 골목길에 대한 알 수 없는 향수가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고 생각한다. 이곳에 사는 사람에게는 불편한 삶의 현장이 어떤 이들에게는 노스탤지어가 된다. 또, 관광 루트 중간중간에 포토존과 전시관을 조성해서 포인트를 만들어 놓은 것도 인기의 요인이 이다.
<바람의 집>이니 <빛의 집>이니 하는 이름의 집을 만들고 내부를 나름의 설치예술품으로 꾸며 놓았지만 예술에 무지한 눈으로 볼 때에는 허접하게 느껴진다. (무식함의 용감함) 그렇지만 이런 포인트가 없었다면 문화마을을 돌아보는 기준이 없었으리라.. 그랬더라면 달동네를 신나게 위아래로 헤매였겠지..
씨앗호떡 하나 들고 감천문화마을을 누볐던 채은이가 졸리운가보다. 다음 일정으로 가 보자..
스치듯 지나친 헌책방골목
비빔당면을 먹기 위해 깡통시장에 들렀다. 주차와의 전쟁 후에 비빔당면을 급히 때려 먹고는 헌책방 골목을 스치듯 지나친다. 부산에 들르면 꼭 가봐야 할 곳중 하나라고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헌책방에서 책을 뒤적이는 걸 좋아 하지만 24개월 아가를 데리고는 조금 무리다. 게다가 오늘 아침부터 이 아이를 짊어지고 해동용궁사니 감천문화마을이니 하는 곳들을 누비지 않았는가.. 책방골목은 간판을 본 것만으로 만족하자..
해운대와 광안리.. 바다다.. 바다다.. 모래다.. 모래다...
원래 계획에는 감천문화마을 대신 해운대에서의 물놀이가 들어있었다. 비 소식 덕분에 물놀이를 포기했지만 그래도 부산까지 와서 해변은 한번 밟아봐야 하지 않을까? 와이프는 숙소에 남겨놓고 채은이만 데리고 백사장으로 나오니 부산에서 가장 신난 모습을 보여준다. 40분 가량을 모래사장에 있었는데 지치지도 않고 모래를 가지고 논다. 역시 아이은 모래를 가지고 노는 것이 태종대나 감천문화마을보다 훨씬 좋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다. (그러면서도 왜 내가 좋은게 쟤도 좋을 것 같은거지??)
광안리로 넘어가 저녁을 먹고는 광안대교의 아름다운 야경과 함께 부산 여행의 둘째날도 마무리된다. 광안리에 늘어선 맥주집과 바에서 나오는 음악소리와 해변..붉은 빛과 푸른 빛의 조명이 이곳이 한국이 아닌 것처럼 느끼게 해 준다. 저 멀리에 보이는 빌딩의 불빛까지도.. 그런데 쟤네는 퇴근 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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