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러시아혁명: 무엇을 할 것인가] 조악한 번역에도 흥미진진한 혁명의 한복판

슬슬살살 2014. 8. 4. 21:55

1917년, 세계사를 뒤흔드는 변혁이 일어났다. 2월과 10월 두 번에 걸친 혁명으로 러시아의 로마노프 왕조가 무너지고 레닌을 중심으로 하는 볼셰비키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프랑스를 비롯해 세계적인 피지배계층의 혁명과 소규모 제3세계의 독립 러쉬가 한창이던 이 때 러시아 혁명이 가장 주목을 끄는 이유는 무얼까.

 

이 책의 제목을 보자. <러시아 혁명: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미래형으로 쓰여진 부제가 의미심장하다.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할 것인가다. 어느 역사서도 이런 시제의 제목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러시아 혁명은 아직 진행형이라는 의미로 풀이할 수도 있겠다. 혁명의 근본적인 물음을 아직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17년 러시아의 탄압받는 민중들은 혁명을 일으킨다. 혁명 성공 이후 강경파인 볼셰비키와 온건파인 맨셰비키로 분열하였으며 혁명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수많은 참여집단인 소비에트를 무한정으로 만들어냈다. 소비에트는 2천개에 가까운 숫자로 늘어났으며 모든 이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어려운 숫자까지 증가했다. 한마디로 이상주의가 성공하였으나 현실정치 참여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또 2월 혁명의 재미있는 점은 진정한 의미의 민중봉기였다는 점이다. 혁명이 진행되는 5일동안 지도자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레닌, 마르토프, 트로츠키, 체르노프, 스탈린, 체레텔리까지. 우리가 알만한 인물들 그 누구도 당시 수도인 페트로그라드에 없었다. 이는 민중의 승리를 확고히 하는 역할을 했지만, 반대로 사분오열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특히 독일과 전쟁중인 시대적 상황은 정권을 잡은 볼셰비키를 분열시키기 충분한 소재가 되었다. 특히, 레닌은 볼셰비키에까지 반대하며 소비에트의 실패를 단정하면서 그 유명한 4월 테제를 발표한다. "전쟁중지", "임시정부 타도", "모든 권력은 소비에트에게". 이 세가지가 레닌의 생각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키워드들이다. 멘셰비키가 제헌중심의 민주공화국을 이루려 했던 것에 비하면 훨씬 직접적이면서 프롤레탈리아적인 구호다.

 

러시아혁명의 하이라이트는 여기서부터다. 소비에트에게 권력을 주고자 했는데 막상 소비에트가 준비가 안된 것이다. 심지어 체르노프가 공식석상에 자리했을 때 군중들은 "민중의 아들아. 민중이 줄때 권력을 받아라"라는 웃지못할 소리를 들으면서 내동댕이 쳐져야 했다.

그들 볼셰비키들은 이론가들이다. 그러나 사회주의자도 아니고 볼셰비키도 아닌 러시아국민이 그들을 따르고 있아. 국민도 미래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민은 토지에 대한 현재의 불의와 불행의 중단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슬프게도 고통을 받으며 서툴게 이러한 미래를 만들어냈다. 러시아 혁명은 그 반작용이 어떠한 것이건 간에 1789년 혁명과 같은 영향을, 아니 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것은 일개 사건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시대이다. 그러므로 보쉬에가 '세계사'를 쓴다면 그 한장은 러시아 혁명에서부터 시작할 것이다.

 

중국의 마오쩌둥에 비해 러시아 혁명은 한국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대학때 일부 접하게 되기는 하지만 95학번 이후부터는 마르크스만 살짝 읽는 정도라 그냥 수많은 사회혁명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러시아혁명은 그 구조가 대단히 특이한 브루주아-프롤레탈리아로 이어지는 혁명이다. 이상주의의 승리와 현실의 저항. 권력분열까지도 사회주의자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스토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니콜라 베르트의 이 짧은 책만으로 그 복잡한 혁명사를 되집기는 요원하다. 특히나 번역도 조악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문안들도 있어 별로 권장할 만한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흥미진진함은 어쩔 수 없는 걸 보면 러시아 혁명 그 자체가 가슴 뛰게하는 이야기꺼리이기 때문은 아닐까.

 

 


러시아 혁명

저자
니콜라 베르트 지음
출판사
시공사 | 1998-12-30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1917년 러시아에서는 세계대전으로 인해 정권의 허약함과 무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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