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구석구석 방랑가족(여행, 맛집)

[캠프 레스피아-홍천] 혹한기 즉흥캠핑: 혹한의 중심에서 감성을 외치다!

슬슬살살 2014. 12. 23. 22:18

 며칠 전부터 준비했던 글램핑을 떠나는 날, 아침. 분주히 짐을 싸고 있는데 캠핑장에서 전화가 온다.

와이프의 황당한 표정. 밤새 내린 눈으로 차량 진입이 안되니 오늘 취소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궂은 날씨가 어찌 캠핑장 탓이겠냐마는 급작스런 통보에 부랴부랴 갈곳 구하기 바쁘다. 짐도 다 싸 놓았겠다, 어디든 가야 할 상황이다.

 

여기저기 급하게 전화를 돌려보니 홍천 쪽에 적당한 글램핑장이 나왔다. 앞 뒤 안가리고 입금한 후에 고고!!

이것도 하나의 해프닝이라 생각하고 기분 좋게 홍천으로 향한다.

 

 

도착한 캠핑장은 홍천강 기슭에 자리한 그럴싸한 곳이다. 아주 깊숙하지도 않으면서 외딴 곳에 있는 느낌을 물씬 풍기는게 맘에 든다.

사진으로는 어설퍼 보이지만, 꽤나 아늑한 시설.. 부족한 사진실력이 민폐다.

 

 

이곳은 마음 좋은 두분이 운영을 하고 계신다. 입실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는데도 웃으면서 맞아주시고, 커피니, 머쉬멜로우 같은 걸 꼬박꼬박 챙겨주는 씀씀이도 고맙다. 퇴근 후에 맥주를 사려는 전화에도 친절하게 받아주시고, 손님이 없었는데도 이것저것 챙겨주셔서 무척이나 친절한 캠핑장으로 기억에 남는다. 최근 간 숙박시설을 통틀어 가장 친절했던 곳. 물론 혹한에 수도가 얼거나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그거야 글램핑에서 당연한 거 아니겠는가..

 

 

간단하게 짐을 풀어 놓고 주변 산책을 나섰다. 멀리까지는 못가고 채은이 눈 구경이나 시켜줄 요량으로 마을 입구까지 나선다.

아.. 꽁꽁 얼어붙은 홍천강(?)이 낮설면서 새롭다. 언제 이렇게 얼어붙은 강을 보았을까. 

 

 

어느정도 마을도 둘러봤겠다. 본격적으로 놀 시간이다. 와이프가 글램핑을 계획했던 가장 큰 목적이 바로 눈밭에서 뒹굴기 위해서였다고...

아파트에서 내리는 눈 말고 하얀 눈에서 한번쯤 뛰어놀게 해주고 싶었다던데, 이번에 제대로 소원을 이뤘다.

엄마맘을 아는지 채은이도 연신 장난을 친다. 나중에는 손이 시려워서 따갑다고 하던데... 아무튼 이번에 눈놀이는 제대로 했다.  

 

 

4시밖에 안됐는데 불 피우느라 여념이 없다. 오늘의 메뉴는 가리비와 와인에 잰 양고기, 삼겹살이다. 한창을 걸려서 불을 붙이니 음식 하나하나가 꿀맛이다. 나중에 와이프는 제대로 못먹었다고 투정을 부렸지만...도대체 누가 다 먹은거지? 채은이도 배고팠는지 이런 저런 걸 주워먹는다.

 

대충 정리하고 방에 누우니 8시다. 서울에서 토요일 8시면 한참 술을 마시거나 할 때인데 두시간 떨어진 이곳의 8시는 너무나 조용하다.

멀리 떨어진 화장실의 불편함, 옷을 입고 자도 썰렁한 추위, 틀어논 음악 외에는 아무것도 할 게 없는 고요함.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불편함에 대한 그리움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걸 느낀다. 11시, 잠이 오지 않아 밖에 잠깐 나섰더니 오랜만에 보는 별자리들이 보인다. 북두칠성을 도대체 언제 본거야... 텐트로 돌아가서 와이프와 채은이를 깨워 나왔더니 좋다고 방방 뛴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밤새 떤 몸이 뻐근하다. 오랜만에 불편한 잠자리가 즐거운건 왜냐!! 부부 사이에서 끼어 잔 채은이도 춥진 않았지만 어쨌거나 불편했나보다.

꽁꽁 얼어붙은 차를 타러 가다보니 밤새 핀 눈꽃이 예쁘다. 춥고 고생스러워도 예쁜 감성캠핑을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