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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Security Police’ - 요인 경호원의 액션 드라마

이준기와 이문식 배우가 주연한 영화, ’플라이, 대디’의 원작자인 가네시로 가즈키는 재일교포 작가로 일본에서 뿐 아니라 국내에도 꽤 많은 팬을 가지고 있다. ‘GO’도 그렇고 ‘레볼루션 No.3’ 같은 작품들은 재기 발랄할 뿐 아니라 유쾌하고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전개로 인기가 높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 대부분은 영화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 이 소설 SP는 원작의 개념을 넘어서 드라마 대본 그대로다. 덕분에 머리털에 털나고 처음으로 대본이라는 걸 끝까지 읽어보게 된 것 같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머릿속에 그려지지가 않았는데 5050여 쪽을 읽다 보니 미친 듯이 몰입하게 됐다. 그리고 드라마라는 건 분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아무리 늘어져도 100에서 150페이지면 한 챕터가 마무리된다. 당연히 읽기에 부..

‘사랑방에서 듣는 서양문화’ - 대중 교양서라고 너무 가벼운 건 아닌지

책머리에서는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까지 들먹여 깊이 있는 듯 보였으나 내용적으로는 중학생 수준의 교양서 정도다. 물론, ‘사랑방에서 듣는’이라는 단서가 달려 몰랑몰랑한 줄은 짐작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얕은 수준이라 실망스럽다. 한 공기업 사보에 연재했던 내용을 추려 발간했다고 하니 별도의 원고료를 받고 쓴 글들의 모음집에 불과하다. 고대 헤브라이즘부터 아랍세계까지의 역사를 그야말로 후루룩 축약한 1부와 베토벤부터 여행까지 2020여 개의 워딩으로 정리한 문화사는 같은 분량의 책에서 빌 브라이슨이 다룬 깊이를 생각하면 너무 날로 먹은 게 아닌지... 2014년에 발간되었는데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깊이 있는 정보를 인터넷으로 얻을 수 있는 지금에서는 도저히 나오기 힘든 책이다.

‘오독’ - 창조적 오독을 하는 삶

예술을 비평하거나 평론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다 보면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저 예술가는 정녕 저런 의도를 가지고 이 작품을 만든 걸까?, 어떻게 하면 저 현상을 저런 식으로 분석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나는 보지 못하는 작가의 의도를 꿰뚫는 혜안이 부럽고 나보다 더 풍족한 삶을 살아가는 듯한 평론가의 모습에 질투를 느끼기도 한다. 그렇지만 기실 모든 작품은 모든 사람에게 다르게 다가가기 마련이고 심지어 작가의 의도라는 것도 알고 보면 직관적인 것 투성이니라 비평은 사실상 오독-즉, 잘못 읽어 내리는 것에서 온다. 물론 작가의 의도가 명확하게 들어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이면에 있는 정신병리학적 의도나 창작자의 무의식에서 발현되는 장면은 다른 이가 알아채 주어야만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누가 ..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복잡한 세상 속에 숨어 있는 과학

카이스트의 정재승 박사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물리학자일 뿐 아니라 1세대 인플루언서다. 72년생이라는 젊은 나이에 맛깔난 말솜씨로 일찌감치 방송의 부름을 받았고 그 이전부터 다양한 분야의 대중과학 서적으로 사랑을 받았다. 청소년과 일반인의 과학 교양 서적으로 나온 이 책은 20년 전에 발간되었음에도 전혀 구태의연하거나 촌스럽지 않다.(물론 표지의 색감은 좀 촌티가 흐른다) 지금 들어도 혹~ 할만한 주제를 과학적 소견으로 실체를 파헤치는데 표현이 재기 발랄하고 비유가 찰떡같다. ‘토크쇼 방청객이 여자인 이유’나 ‘복잡한 도로에서는 차선을 바꾸지 말라’, ‘모래 더미에서 발견한 과학’ 같은 주제는 일상생활에서의 현상이라 매우 흥미롭다. 여기에 말도 안될 것 같은 이러한 현상 속에 숨어 있는 과학적 원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