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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 새로운 시작 전의 마지막 뒷정리

아무래도 마블의 최대 관심사는 너무나도 방대하게 벌어진 세계관을 어떻게 밀도 있게 재정리하는가인 듯하다.지난 스파이더맨도 그렇고 이번 닥터 스트레인지 역시 어벤저스 1기 종료 이후를 이끌어 갈 원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지난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에서 다른 곳에 존재했던 스파이더맨들을 한데 묶어 깨끗하게 마무리하고 스파이더맨에 대한 기억까지도 리셋하더니 이번 닥터 스트레인지에서는 아예 판타스틱 4와 X맨들까지도 한데 묶는다. 이쪽은 리셋이라기보다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조금 더 다크 하게 변모시키는데 중점을 둔 듯하다.그 과정에서 우주의 위협이었던 다크 홀드의 소멸도 덤으로 가져간다. 지난 스파이더맨:노웨이홈에서 멀티버스를 건드린 덕분에 전 우주에 균열이 생기고 이 틈을 이용해 각 멀..

영화 삼매경 2022.06.18

‘커피 방앗간’ - 지레 짐작으로 써 내려간 횡설소설

이력만 봐서는 79년에 데뷔해 이런저런 소설들을 내고 상도 한 두 개 받는 등 안정적인 중견작가처럼 보이지만 소위 말하는 ‘글빨’이 보이지는 않는다. 안됐지만 안정적인 교사직을 하면서 어릴 때 꿈꿨던 작가의 흉내를 내는 건 아닌지. ‘커피 방앗간’은 짧은 중단편 일곱 개가 하나의 큰 흐름 안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짜여 있는데 각 단락의 주제가 명확하지 않고 과잉 감정이 실린 문장들은 의미를 알 수 없다. 주인공은 구체적인 가치관의 정립 없이 그때그때 편한 대로 생각하고 목적 없이 행동한다. 우리가 길거리에서 아무나 관찰하는 것이 소설이 될 수 없듯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하고 글을 써 나가야 했을 텐데 그러지 못하다. 결국 끝까지 읽지도 못했다. 군더더기가 너무 많고 횡설 수설이 길다. 무엇보다 작..

이름 거창한 일산 황룡산에서 또(!) 길을 잃다

목동 SBS 근처에 있는 키즈 놀이터에 채은이와 친구를 넣어 놓고 2시간 정도 시간이 비어 인근 둘레길 탐방에 나섰다. 이름은 거창하게 황룡산인데 높이는 고작 해발 100미터. 가볍게 산책 삼아 오르는 수준이다. 올라가는 길은 철조망과 군 시설이 인접해 있어 DMZ를 걷는 느낌도 들고 경사도 가파르지 않아 걷는 맛이 있다. 도중에 푸른 자벌레(?)의 공격도 받았다. 오히려 문제는 나중에 일어났으니 내려온 길이 이상한 공사장 같은 곳에서 끝이나고, 개는 짖는데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상황. 택시도 잡을 수 없어 큰길을 찾아 부리나케 내려왔더니 다행히 SBS 앞을 지나는 버스가 있다. 버스를 탔더니 간신히 시간 세이브. 고생한 김에 저녁은 집 근처 정육식당에서 소고기 정식으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 용서받을 기회를 위하여

우리는 어린아이들이 도를 넘어서는 악행을 저질렀을 때 이런 말을 한다. ‘쟤 부모는 어떻게 쟤를 키운 거야’,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행위에 부모의 책임을 운운하는 건 성인이 되기 이전까지 부모가 법적인 책임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아이는 부모를 보고 자란다는 명제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런 도발적인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바로 나쁜 자녀를 둔 아이들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다. 부모는 당연히 아이를 잘 키워야겠지만 인간은 누구나 완전하지 못하다. 사회 저명인사들도 마찬가지인데 황금만능주의부터 선민의식까지 다양한 부족함을 지닌다. 영화에는 상류층이 다니는 ‘한음국제중학교’ 학생 ‘김건우’가 자살을 시도하면서 시작한다. 사회배려대상자로 입학한 ‘김건우’는 왕따를 당한 것으로 주장하며 4명의 가해자 이름을..

영화 삼매경 2022.06.04

'K·N의 비극' - 내가 누군지 알아?

'제노사이드'의 작가라는 사실에 기대했다가 약간은 실망했다. '제노사이드'에서 복합적인 인간의 내면을 그려내면서 전인류적인 위기를 세밀하게 담아내 인상 깊었고, 13계단 역시 르포 작가 다운 치밀한 취재와 구성이 빛나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K·N의 비극'은 조금 평이한 편이다. 낙태 수술에 대한 사회적인 이슈와 윤리, 모성보호라는 테마는 다소 진부하게 느껴진다. 특유의 치밀한 자료조사를 통해 정신의학을 다루는 점은 꽤 진지했지만, 결국 '유령'이라는 테마로 옮겨진 과정은 올드했다. 반짝 성공했지만 아직 수입이 불투명한 작가 '슈헤이'가 아내 '가나미'에게 중절수술을 권하면서 비극은 시작한다. 다소 슬퍼하기는 했지만 남편의 뜻에 따라 병원을 가지만 갑자기 누군가가 몸에 빙의한 듯이 다른 여자가 되어서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