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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는 나란히 간다 –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중국 문학

중국 문학하면 서유기나 삼국지, 의천도룡기 정도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아Q정전을 얘기한다면 그나마 꽤 문학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하겠다. 도서관 중국 문학 코너에서 마땅히 손이 가는 책이 없는 걸 보면 중국문학의 인기 없음이 여실히 느껴진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면서 문화권은 더 이질적인 러시아의 문학이 나름의 관심을 받고 있는 걸 생각하면 이념의 차이도 아닌 듯하다.. 추정을 해 본다면 근대화를 거치면서 많은 문학적 뿌리가 사라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된다. 문학이란 건 어느 날 갑자기 태어난 천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충분히 토양이 쌓인 후에 천재가 업그레이드시키면서 발전하는 건데 토양이 없으니 천재가 나와도 싹을 피워보지 못한다. 가뜩이나 부족한 기반에 통제 중심의 사회분위기는 작가에..

외계+인 1부 - 실패로만 기억되기에는 아쉽다

CJ가 휘청거릴 만큼의 어마어마한 실패기에 이나 과 같은 반열에 오르기는 했지만 단순히 망작으로 끝나기에는 너무 아쉽다. 개인적으로는 독특한 세계관에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개성 있게 느껴져서 상당히 집중해서 봤는데 이 정도로 망하다니 의외이기는 했다. CG는 훌륭한 수준에 들어갔으며 과거와 현대를 오가는 독특한 세계관도 매력적이었다. 강동원의 아름다운 모습과는 다르지만 류준열도, 김태리도, 김우빈도 모두 제 자리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였다. 가디언과 외계인이 격투씬은 헐리우드에 필적할 만큼 짜임새와 타격감이 좋았으니 이 영화가 망한 건 결코 예전처럼 ‘조악한 제작’의 영역이 아니리라. 혹평의 리뷰들을 읽어보면 하나같이 ‘복잡하다’와 ‘유치하다’를 들고 있다. 대사가 오글거리는 부분도 있고 갑자기 과거에서 ..

영화 삼매경 2022.09.12

탑건: 매버릭 - 톰 아저씨의 마지막 비행

성공이 예상되기는 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승승장구 할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아무리 톰 크루즈라도 무시하기 어려운 나이가 되었고 탑건이라는 소재가 주는 전통적인 헐리우드 스타일의 국뽕 콘텐트가 요즘 시대에 먹힐 것 같지 않았다. 그저 훌륭한 CG와 레트로한 정서가 가져다 주는 작은 추억 파먹기로 끝날거라 예상했는데 완전히 틀렸다. 결과물은 훌륭했고, 톰 아저씨는 여전히 청춘이다. 가상의 적국을 향한 작전에서는 적군의 모습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국뽕 요소, 미국 중심주의를 과감하게 덜어내고 오히려 파일럿 개개인의 인물들의 유기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데 집중했다. 인간관계의 갈등과 해결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같은 감동을 주는 법이다. 퇴물이 아님을 증명하기, 과거 동료에의 죄책감을 덜어내기, 못 다..

영화 삼매경 2022.09.11

돌이킬 수 없는 약속 - 15년 전의 약속이 되돌아오던 날

젊은 시절 야쿠자에서 일하면서 방황하는 삶을 보냈지만, 이젠 깨끗하게 손을 씻고 가정을 꾸린 무카이에게 15년 전의 약속을 이행하라는 편지가 온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가정을 파괴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당신은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죽이겠다는 약속을 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자신의 과거를 가족에게 숨기기 위해 기꺼이 그 약속을 지킬 거라고 믿어요. 뭘 그렇게 망설이나요? 생판 남인데. 그것도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한 남자들이에요. 그들의 목숨과 자신의 행복 그리고 딸의 신변, 어느 쪽 가치가 더 무거운지는 저울에 달아보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잖아요. 작은 다툼으로 야쿠자로부터 쫒기던 무카이는 우연히 만난 성폭행 살인 피해자의 어머니, 노부코와 약속을 하게 된다. 노부코는 무카이가 새 출발할 수 있을 정..

백설공주 트릴로지 – 피처럼 붉다/눈처럼 희다/흑단처럼 검다

핀란드어로 백설공주를 뜻하는 루미키를 이름으로 쓰는 17세 소녀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어드벤처 스릴러 3부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북유럽 스릴러는 꽤 인기가 있는 편인데 아무래도 긴긴밤을 가진 국가들이어서인지 전반적으로 음울하고 퇴폐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그녀가 쓰는 샴푸와 비누에는 향기가 없었다. 알레르기나 민감한 피부 때문이 아니라, 단지 아무 냄새도 풍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주인공인 루미키는 그 누구보다 강하고, 독립적인 소녀이지만 내성적이고 주변과 관계를 맺기를 꺼린다. 어린시절의 왕따와 비밀스러운 사건(3부의 주제이다) 때문에 약간 음울한 성격이 되었지만 그 누구보다 정의롭고 놀라운 관찰력과 냉정한 자기 판단을 내리는 멋진 여성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읽었던 어떤 소설의 주인공보다도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