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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펜상 수상 작품집’ - 추리소설 불모지에서

전통적으로 한국이 추리물의 불모지로 알고 있다. 하지만 되짚어 생각하면 K-드라마, K-무비 모두 넓은 차원의 추리물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마지막 반전을 준비하며 끈질기게 스토리를 빌드업하는 능력은 한국 문화 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이니, 이 모든 것이 추리라는 장르에 기반하고 있다. 추리라 함은 단순히 가해자를 찾아내는 행위 이외에 그 행동 이면에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공감하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가해자와 범인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한국식 추리물은 길게 여운이 남는다. 셜록 홈즈를 비롯해 최근의 많은 서양 추리물에서는 보다 복잡한 방식의 밀실을 만드는데 집중한다. 도저히 틈이 없을 만한 구조를 만들어 놓고 그것을 돌파하는 트릭에 찬사를 보낸다. 또다른 추리 강국인 일본은 트릭 속에 인간의 ..

‘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 따뜻한 제3의 관찰자

‘모바일로 간편해야’ ‘편리한 스마트금융 MG 스마트 알림.’ 기계 전면 터치스크린 속 은행 광고의 화면이 계속 변했다. 앱 뱅킹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사람들은 천 원짜리 열 개를 ATM에 넣다가 기계가 고장 나기도 하는 부산 어딘가의 세상을 알까.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나 할까. 한국인의 70퍼센트는 도시에 살고 있지만 그 중 ‘주인공’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철저하게 소외되고 황폐해진 도시 속에서 박찬용은 조연임을 쿨하게 인정한다. 그러면서 똑같이 조연인 주변 인물들을 관찰하고 탐구하면서 주인공이 아니어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한 삶을 해 나갈 수 있음을 믿는다. 박찬용의 눈에 비친 도시는 삭막함 속에서도 나름의 이유를 가진 힙스터와 투박한 보통사람들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구석구석 삭막한 안내문과 촌스러운 ..

'비상선언' - 최고의 배우들과 최악의 마무리

송상호와 전도연, 임시완과 이병헌이 등장하는 이 영화는 출연진만으로도 그 위압감이 상당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즐비하게 등장해 비행기 테러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건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된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205만명이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손익분기점의 40%밖에 달성을 못했으니 심각할 정도로 망했다 보는 게 맞겠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뭐가 문제인지 조목조목 나와 있기는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일관성의 부재다. 초반, 임시완의 파격적인 사이코패스 연기와 더불어 관객들을 압박해 나가는 서스펜스는 극 후반 갑자기 감독이 바뀌기라도 한 것처럼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 초반부터 범인을 공개하기 때문에 테러의 목적과 막아내야 하는 액션물로 바뀌는가 싶더니 갑자기 부산행을 떠..

영화 삼매경 2022.10.02

망원 시장 식도락 나들이

도서관에 잠시 들렀다가 망원시작으로 슬슬 걸어갔다 오는 산책 코스다. 점심시간을 좀 넘겼는데 도저히 시장까지 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연남동에서 망원동으로 넘어가는 사거리에 이름은 생각 안 나지만 누가 봐도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갈비 노포가 있다. 청기와?, 청와대?, 삼대갈비? 아무튼 그런 이름이었을 거다. 점심 준비 시간이라 손님은 우리뿐이고 가게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던 종업원들이 오붓하게 식사 중이다. 햇살이 밝아서인지, 대낮의 갈비가 어색해서인지 조용한 갈빗집이 꽤나 정겹다. 보글거리는 묽은 된장국과 갈비 2인분, 낮술로 테라 한 잔씩을 배불리 먹고 다시 망원시장으로 향한다. 망원시장에서는 이영자 맛집이라는 어글리 베이커리에서 파바게트를 샀는데 바로 먹을 때는 향긋했는데 식으니 이상해지더라. ..

세계 괴담 명작집 – 세계 최고 작가들의 B컷

▶ 라파치니의 딸_ 너새니얼 호손 조반니는 창가에 서서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하다가, 꽃보다 싱그럽고 향기로운 여인 베아트리체를 발견한다. 그녀와 만나고 싶은 열망에 휩싸인 조반니는 결국 그 정원에 몰래 들어갔다가 그녀와 마주치게 되는데……. 맹독을 품은 탐스러운 보랏빛 꽃처럼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베아트리체와 순수한 영혼을 가진 청년 조반니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 북극성호의 선장_ 아서 코난 도일 북극의 광활한 빙원 사이에 갇힌 북극성호. 어느 고요한 밤, 선원들은 누군가가 애달프게 울부짖는 듯한 소리를 듣고, 배에 유령이 나타났다며 패닉에 빠진다. 이 배를 책임져야 하는 크레이기 선장마저 유령의 존재에 확신을 갖고 그것을 쫓기 시작하는데……. ▶ 스페이드의 여왕_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

비전공자를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 지식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기대했던 것보다 실망이 컸다고 할까. 최근 IT 관련 업무를 할 일이 많아 용어부터 시작해서 일어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이해되지 않아 구입한 책인데 너무 기초적이거나, 혹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책의 기획의도가 명확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챕터들의 제목만 봐서는 '그래 이거야.. 이게 궁금했어'라는 생각이 들지만 너무 쉽게 설명하려 했을까, 조금은 두루뭉술한 설명에 그치거나 몇몇 사례로만 성급하게 일반화시키는 것들도 있어 썩 와닿지 않는 항목도 꽤 있다. 한 마디로, 제목만큼 매력적인 책은 아니라는것. 가볍게 뭐라도 읽어봐야지 한다면 필요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