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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차티드: 늘 지도와 여행, 보물은 사람을 설레게 한다

게임을 기반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는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언차티드를 더더욱 기다렸던 건 너티독이 만들어낸 원작의 레퍼런스가 주었던 어마어마한 볼륨의 기대감 때문이었다. ‘영화를 방불케하는’이라는 구태의연한 레토릭을 넘어서 ‘영화를 넘어서는 게임’이라는 칭호를 가진 게임이 영화로 나온다니. 그것도 톰 홀랜드가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다만 4개의 시리즈로 나왔던 세계관을 한 영화에 담다보니 한계도 분명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새 시리즈가 만들어졌다.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은 게임과 다르지 않게 전개된다. 형의 비밀이 드러나고 악당들은 해석하지 못하는 보물 오브제를 획득하며 다시 또다른 단서를 찾아 여행하는 방식인데, 게임에 익숙한 유저라면 그런가보다 하고 ..

영화 삼매경 2022.04.17

'나일강의 죽음' - 19세기 이집트로 떠나는 그랜드 추리 투어

현대의 추리소설의 기틀은 애거서 크리스티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년 전 그녀가 만들어낸 구성, 플롯, 모티브, 전개 방식이 지금의 장르물에서도 쓰일 정도이니 그야말로 추리소설의 여왕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하지 않다. 당시에 그녀의 소설이 인기가 있었던 것은 재미도 재미지만 그 배경의 아름다움에 있었다. 당시 세계 최고 강대국인 영국에서 유행을 하던 것이 바로 그랜드 투어, 세계 각국의 아름다운 곳을 방문하는 것이었는데 영국에서도 최상위 귀족들만이 가능한 여가였다. 정보라고는 글밖에 없는 시대에서 나일강이나 오리엔탈 특급열차 여행 같은 이국적인 배경과 모험, 치정극을 치밀하게 그려낸 소설이 인기를 끌었던 건 너무도 당연하다. 영화 '나일강의 죽음' 역시 당시 소설이 팬들에게 줬던 감정을 똑같..

영화 삼매경 2022.04.10

'메트로 2033' - 어둠을 직시할 만큼 대담하고 끈기있는 사람은 맨 먼저 빛을 볼 것이다.

인류는 멸망했다. 이땅에 태어나 지구를 갉아먹으며 문명의 바벨탑을 세우던 인류는 핵전쟁과 함께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렸다. 이 핵전쟁은 지구 전체를 덮친 듯, 미국도 이탈리아도 독일도 모두 무너져 내렸다. 러시아에서는 고작 몇만의 인류만이 촘촘한 지하철을 피난처 삼아 겨우 명맥을 이었으나 그것은 이미 짐승에 가까운 형태였다. 겨우 역 한 개, 한 개가 국가의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이다. 방사능으로 인해 거대해진 쥐떼의 습격이나 가스가 나갈 곳 없는 지하철에서의 작은 화재는 한 개 역(국가)을 초토화 시킬 수 있다. 나약한 호모사피엔스들은 겨우겨우 버섯과 이끼, 지상에서 가져 온 비타민제로 연명한다. 번화가, 웅대한 건물, 후덥지근한 여름에 머리카락을 날리고 얼굴을 스치는 그 상쾌한 바람이 있는 세상으로 다시..

'상상을 담다' - 두 번째 미니어처 만들기

지난번 인사동에 나들이 나왔다가 발견한 미니어처 체험 '상상을 담다'에 다시 왔다. 지난번 밥상 만들기 한 번 하고는 얼마나 방만들기 노래를 부르던지, 5만 원이라는 거금이 살짝 아깝지만 하나의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평소의 마음가짐대로 엄마를 설득해서 함께 나갔다. 2시간 정도 맡겨 놓고 돌아오니 예쁜 방 하나 완성. 지금은 어디 구석에 처박혀 있지만 스스로 여러 가지 오브제를 선택하고 색칠하고 배치하면서 가지게 되는 집중력과 성취감은 5만 원보다 훨씬 값어치 있다.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인사동 쇼핑. 빈지노의 모친이 디자인 했다는 로드숍 '색상'에서 화려한 핸드폰 케이스를 한 개 사고, 한옥 카페 열시꽃에서 반미와 커피 한 잔을 하는데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다. 고작 시내 나들이 한 번 하는 게 이렇게 ..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 허무맹랑하지만 엄청난 시크함

몰랐다. 이게 이런식의 B급 영화인지를. 심지어 1편인 줄 알고 결제한 2편이니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세상에 속편을 1편에 The만 붙여서 개봉하는 영화가 어디있을까. 그러니 헷갈리지. 그렇지만 전작과 연결고리가 거의 없다고 해서 다행이다. 세계관만 같은 듯 하다. '나쁜 녀석들'처럼 감옥에 갇혀있던 초능력 빌런들이 해방을 위해 가상의 적국을 쳐들어간다는 설정에서 출발하지만 가면 갈 수록 가관이다. 상륙하자마자 함정에 빠져 갈려나가는 빌런들의 모습은 잔인하고 처연하지만 한 편으로는 실소가 나온다. 이 영화가 19금을 받은 이유가 잔인함인데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다. 심지어 식인까지 나오니 말 다했다. 몸을 분리시키는 능력을 가진 TDK는 떨어진 팔에 사격을 당하면서 죽고, 서번트라는 빌런은 도망치..

영화 삼매경 2022.03.24

'당신 자신이 되라' -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보는 마음경영

성공에 대한 갈망, 변화의 욕구는 시대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의 관심사다. 정신과 교수가 쓴 이 책은 자신 내면을 들여다 보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며, 자신의 심리적 안정과 타인의 이해를 독려하는 글이다. 그렇게 함으로서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주제도 '마음경영'으로 잡으면서 조직과 가족을 혼동하지 말라, 자신의 파괴적 행동을 경계하라와 같은 수칙을 제시한다. 무작정 노력과 변화를 요구하는 다른 계발서와는 조금 다른 늬앙스다. 전체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되지만 사람이 그리 쉽게 바뀌는건 아니다. 그다지 머리속에 남아있지도 않고.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잔소리 하기를 그만두고, 사랑과 용서를 실천하면 더 평화로운 관계가 시작될 것이다. 평범한 말이지만 다시..

'럼두들 등반기' - 유통기한 지난 전설의 유머

산과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빌 브라이슨이 서문을 쓴 '전설 속의 산악 유머 소설'에 관심이 끌리지 않을 수 있을까. 럼두들 등반기는 발간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산악인들 사이에서 알음알음으로 인기를 끈 후에 절판, 몇 차례 재발매되었지만 주목받지 못하고 그대로 작가의 죽음과 함께 잊혔다. 한 마디로 구하기 힘든 매니악한 장르소설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인 셈이다. 럼두들 등반대 소개 탐 벌리: 보급담당이며 힘이 장사 / 크리스토퍼 위시: 과학자이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실험 도구를 옮기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 도널드 셧: 사진 담당이지만 매번 세팅하다가 사진을 놓친다 / 험프리 정글: 무선 전문가, 등반길 안내자이지만 정작 길치다 / 랜슬럿 콘스턴트: 통역 및 포터 관리 담당이지만 커뮤니케이션..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 킹스맨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1편의 성공을 후속편들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킹스맨'의 위용은 살아있다. 가상의 첩보조직을 그리면서 S/F적인 요소들이 가득 들어가 있는데다 만화 같은 연출이 킹스맨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면서도 역사적 사실을 오밀 조밀하게 배치해서 가상인 걸 알면서도 몰입해서 보게 만드는 효과까지. 영화는 1차 세계대전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기관총의 등장과 함께 쓸모 없어진 근대 보병들이 떼거지로 죽어나가는 참혹한 모습 속에서 주인공이라 여겼던 사내의 멍청이 같은 죽음은 19세기 기사도의 마지막을 보여준다. 때문에 관객은 당황한다. 도대체 저 잘생긴 남자가 아니면 누가 주인공이란 말이지? 시대에 뒤떨어진 올곶은 기사도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그 주인공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젊은 배우보다는 나이 지긋한 ..

영화 삼매경 2022.02.25

'소금' - 치사한 아버지의 대물림

치사하고 치사했다. 어디 나 뿐이겠는가. 어둠 속에 귀를 열어놓고 있으면 밤낮없이 사람들이 아우성, 아우성치는 거대한 소음이 고요한 호숫가에까지 들리는 듯했었는데, 그 역시 세계의 모든 아버지들이 중얼거리는 "치사해, 치사해, 치사해!"의 장대한 합창이었던가 보았다. 애비들이 치사하면 세상이 모두 치사해 진다는 아버지의 말은 하나도 그른 데가 없었다. 치사한 아버지들과 치사함을 견뎌내는 아버지들에겐 모두 '새끼'들이 딸려 있었고, 아버지들의 소망과 달리, 그 새끼들 역시 치사하게 살아가며 "치사해, 치사해, 치사해!"를 대물림받는 중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박범신의 '소금'은 아버지를 너무나 아프게 그려내서 처음에는 눈물이 나지만 중반부를 넘기면 저열하다는 생각이 든다. 등골 빼먹는 가족이 있을 수는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