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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부르는 개 - 신사의 추리

추리 소설의 조상격인 이 작품은 선입견에 현혹당하지 않고 증거 중심으로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방식을 최초로 구현해 낸 작품이라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영미권에서는 HellHound라는 개념이 있는데 직역하면 지옥견, 한마디로 마주치면 죽음을 불러온다는 전설의 개를 헬 하운드라고 부른다. 이 이미지 때문에 이 책을 처음 읽는 독자는 선입견에 휩싸여 개를 미심쩍은 눈초리로 살피게 마련이다. "나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 주의죠. 그러므로 부인도 나를 본받으십시오. 내일이라는 날도 있으니까요.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그러나 주인공 메그레 경감은 그의 말처럼 눈에 보이는 명확한 증거가 아니면 그 어떤 추측도 하지 않는다. 그 결과, 숨겨진 범인을 찾아내고 억울하게 당했던 연인을 구해주는 권..

엔칸토: 마법의 세계 - 이제는 하나의 미술작품이 되어버린 디즈니 월드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60번째 작품이라는 점 때문에 기대가 높았지만, 약간은 아쉬움이 남는다. 중남미를 배경으로 하는 이 만화영화의 배경은 디즈니 치고는 예외적으로 근현대사가 녹아있다. 바로 콜롬비아의 내전인데, 이 내전을 피해 숨어사는 엔칸토 가족들이 마법의 힘으로 번영을 이룬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남미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코코가 떠오르지만 '코코'에 비해서는 깊이가 얉게 느껴진다. 콜롬비아의 내전을 피해 달아나던 마드리엘 가족을 구원한 건 알 수 없는 마법의 힘. 그 이후 마드리엘 가문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특별한 마법의 힘을 가지게 되고 이 힘으로 마을의 번영을 이끈다. 그러나 주인공인 미라벨만은 왜인지 마법의 힘을 받지 못했는데 이 때문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마법의 힘이 점점..

영화 삼매경 2022.01.21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 어제의 너보다 오늘 더 성장했어

즐겁고 유쾌한 초반부를 지나 절정에 다다를 때 쯤 작가가 교체 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매력적으로 쌓아올리던 캐릭터가 막판 한방에 무너지면서 평범한 한국 코메디가 다시 전면에 등장하는 모습은 아쉽다. 하지만 이 영화가 그려내는 시대상, 문제의식 만큼은 기존의 어떤 영화보다 매력적이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지만 95년도 대기업에서 '여직원'의 존재는 잔심부름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번듯한 대학을 나와 근무하는'커리어 우먼'도 존재했지만 그렇다 해도 남자의 벽을 넘지는 못했던게 당시의 현실이었다. 그러니, 속칭 말하는 '상고'나온 '여직원'이라는 건 직원 취급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이 열악함은 그대로 인정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려는 멋진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게..

영화 삼매경 2022.01.15

트와일라잇 시리즈 - 매력적인 설화를 배경으로 하는 뱀파이어와의 사랑 이야기

몇 년 전 아름다운 가게에서 사 놓고 묵혀 두었다가 이번 기회에 털어냈다. 사실, 뱀파이어라는 측면에서 끌리다가도 로맨스라는 장르에서 자꾸 손이 안가던게 사실이었다. 읽어보고 난 후의 느낌은, 잘 쓰여졌지만 역시나 장르의 한계는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총 4편으로 이어지는 시리즈 - 트와일라잇, 뉴문, 이클립스, 브레이킹던 - 는 뱀파이어 에드워드와 인간 여성 벨라의 사랑 이야기를 큰 축으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세 가지는 아주 확실했다. 첫째, 에드워드는 뱀파이어였다. 둘째,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지 하고 있는지 나로선 알 수 없지만 그의 일부는 내 피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리고 셋째, 나는 돌이킬 수 없이 무조건적으로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여성 중심의 이야기 전개로 남자 주인공을 ..

방구석 시간 여행자를 위한 종횡무진 역사 가이드 - 원래 안내서는 진짜를 담지 못하는 법

스토어에서 제목만 보고 솔깃하면 이런 책이 걸리는 거다. 그래도 만원 정도 하는 하는 주제에 이렇게 부실할 수가. 전염병이 걱정이라면 마찬가지로 이른 시기에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천연두는 1241년에 처음 발생하고, 흑사병은 1402년에 최초로 아이슬란드 땅에 들어오며 1494년에 다시 한번 유행한다. 첫번째 유행이 두 번째보다 더 치명적이다. 두 전염병이 번지는 시기는 피하자. 기본적으로 이 책은 시간여행이 가능해 진 가상의 시기의 인간들이 과거로 관광 여행을 갈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시간 관광자들에게 보내는 안내서 형식으로 쓰여져 있다. 그렇지만 안내서가 늘 그렇듯이 진짜를 담기 보다는 겉핥기 식으로 이러이러한게 있다 정도에서 그친다. 그런 주제에 길이는 무지하게 길어서 지루하기 짝이 없다. 각각의 ..

베놈 2: 렛 데어 카니지 - 베놈은 그저 핑계일 뿐

솔직히 많이 실망스러웠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15세가로 개봉했지만 베놈이 가진 폭력성, 잔학성은 훨씬 약해졌다. 데드풀처럼 오롯이 성인을 위한 MCU를 만들어 줄 수는 없었을까? 물론 스파이더맨과의 연결고리라는 역할을 가지고 있기에 쉽지는 않겠지만 우주의 절대악을 15세가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액션 장면 역시 전작에서 보여준 것 이상의 것을 보이지 못하고 오히려 베놈의 코믹함을 강조하는 등 정체성에 혼란이 느껴진다. 적어도 산채로 사람을 잡아먹는 수준은 보여줘야 하지 않았을까. 잔인함을 덜어낸 베놈의 모습은 마치 ‘마스크’의 짐 캐리 수준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스토리는 더 처참한데, 숙주인 톰 하디와 베놈의 갈등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삐진 룸메이트 수준일 뿐 심도 깊은 존재의 ..

영화 삼매경 2021.12.28

스파이더 맨 '노 웨이 홈' - 잘 던지고 잘 받았다.

어벤져스 1기의 마무리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을 내 놓지 못하고 있는 마블이지만, 이번 스파이더맨 만큼은 역대급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를 뽑아 내서 너무나 만족스럽다. 저작권 문제, 주인공 섭외 등으로 엉망진창이 된 스파이더맨 세계관을 한 군데로 모아서 깔끔하게 해결하는가 하면 마블의 멀티 유니버스 구조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런 해결 방법이 완벽하지는 않아도 팬들이 마블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었고 나아가 이후에 나올 여러 분기의 작품들이 가져올 핍진성 오류를 미리 차단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설정 측면만을 신경 썼다면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았을 것. 영화적 완성도도 뛰어나 과거의 스파이더맨 소환을 넘어서 눈물 날 정도로 멋진 마무리를 선물했다. 좋아하던 야구 ..

영화 삼매경 2021.12.26

몬스터 콜 - 성장을 위한 심리상담

몬스터콜은 어두운 면을 직시하는 성장 드라마다. 아픈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왕따 소년 코너가 가지고 있는 분노와 불안, 정서적 불안정한 모습을 우화를 통해 치료해 나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외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 코너는 몬스터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세가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성장해 나간다. 코너의 또 다른 자아이기도 한 이 몬스터는 작고 여려 보이는 코너와는 정반대로 무자비하고 힘이 세다. 현실 세계에서 코너는 몬스터의 힘을 빌어 분노를 터뜨리고 그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좀 더 이해하고, 성장해 나간다. 이야기 1. 새엄마를 취해 왕이 되련다는 무명을 쓴 왕자는 연인과 함께 도망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연인을 살해한다. 마녀인 새엄마가 저주를 걸었다고 생각한 왕자는 사람들을 모아 새엄마를 처단하고..

영화 삼매경 2021.12.26

기적 - 자신을 향한 용서

기적은 일견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따뜻하고 유쾌한 토속적인 한국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적에는 구태 의연한 코메디도, 예측 가능한 신파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평범한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와 가슴아픈 시대적 배경, 가족간의 용서, 나아가 자기가 짊어진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멋진 영화다. 예고편에서 보여준 박정민과 윤아의 풋풋한 연애담이나 걸쭉한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윤아의 매력은 본편에서는 양념으로밖에 기능하지 않는다. 오히려 박정민의 고집 이면에 깔려 있는 트라우마와 어색했던 누나의 모습이 너무 강렬하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주거조건 마저도 피눈물나는 노력이 필요했던 당시의 시대상을 간이역이라는 형태로 치환해 보여주는데 달콤한 첫사랑과 어우러져 하나의 추억처럼 보여준다. 영화의 초반은 수학 천..

영화 삼매경 2021.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