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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 동화의 난해한 재해석

동화를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는 꽤 많이 나왔었다. 동화에 담긴 성적 메시지를 재해석하기도 하고, 현대화 과정에서 없어져 버린 잔인한 부분을 복원하기도 한다.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여주인공을 재해석한 시리즈도 있다. 이런 시리즈들이 평타씩은 치는 이유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른 시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쉽기 때문이다. 도발적이 제목의 이 책도 동화를 재해석했다는 측면에서는 같은 방식의 선집이지만 난이도는 훨씬 높다. 어쩌면 번역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모든 단편이 하나같이 난해하다. 특히 서양 문화에 대한 깊은 배경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케이스도 꽤 있어서 단순히 동화에 연관 지은 이야기정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 무려 2주간을 끙끙 댔지만 절반도 읽지 못하고 ..

'정직한 후보 2' - 거짓말에 대하여

정치 생활을 끝내고 고향에서 해녀로 살아가는 주상숙이 다시 정계로 복귀하고 강원도지사에 당선된다. 처음에는 진심을 다해 도정을 돌보지만 점차 인기에 영합하며 초심을 잃고 다시 거짓말을 못하게 되어 버린다. 이번에는 비서실장 박희철(김무열)까지 함께. 결국 거짓말을 못하게 된 주상숙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려 하는 노력을 하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OO이 된다면’이라는 가정은 수많은 미디어의 소재가 된다. 어느 날 갑자기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사람도 있고, 어떤 때는 괴물로, 히어로로 변모한다는 소재는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특히 일정 수준의 노력 없이 ‘갑자기’ 그렇게 된다는 게 대리만족의 정점을 찍게 만드는 원인으로 보인다. 최근 유행하는 이계로의 전이, 과거로의 회귀는 더 이상 현실세계로..

영화 삼매경 2023.01.10

‘요즘 팀장은 이렇게 일합니다’ - 역할 적응

올해 팀장이 되고 나서 받은 팀장 교육에서 받은 책. 모든 리더십 책들이 그렇듯, 궂이 이걸 읽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뻔한 말들의 연속이지만 팀장이 되고 나서 읽으니 뭔가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팀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피드백과 매니징임을 잊지 말자. 그리고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할 것. 적어도 다섯 번의 Why를 던져야 근원적인 해결을 할 수 있다.

비탈진 음지 – 기울어진 운동장의 처연한 삶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이 있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공정하지 못한 경쟁을 일컫는 말이다. 밝은 빛의 양지가 있다면 어두운 음지도 있다. 음지에 비탈진 곳이라면 어떨까. 어쩌면 비장하기까지 한 이 말을 제목으로 하는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음울하고 처연하며 답답하다. 그저 불쌍한 노인의 일평생을 들여다 봐서가 아니라 그것이 사실에 가깝기에 읽는 이의 심경은 복잡하다. 조정래 작가님은 이 소설을 중편에서 장편으로 개작한 이유를 TV에서 본 한 장면으로 꼽는다. 최근에 어느 텔레비전 화면에 70객의 할머니 둘이 폐품 종이상자를 서로 뺏으려고 다투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어떤 할아버지는 하루 종일 폐품을 주워 팔아야 하루 벌이 천 원이 될까 말까 하다며 탄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들의 존재가 특이..

‘수리남’ - 악의 한 복판에서

이제 일 년에 한 편씩은 꼭 넷플릭스에서 한국 히트작이 등장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이번에는 헐리우드에서나 나올 법 한 누아르 수사 드라마 ‘수리남’이다. 돈을 벌기 위해 수리남으로 넘어간 강인구가 마약 전쟁의 한 복판에서 벌이는 액션물이다. 평범한 사람이 우연히 범죄에 연루되는 전형적인 스토리이지만 압도적인 비주얼,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전히 획기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내서 역시 윤종빈이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6부작이지만 아마 1편씩 본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몰입도가 있다. 한국에서는 없어서 못먹는 홍어를 버린다는 수리남에서 홍어 사업을 시작한 강인구. 강인구는 타고난 넉살로 적당한 뇌물로 문제없이 사업을 이끌어가지만 어느 날 그의 홍어에서 마약이 발견되면서 사업은 마약 쪽으로 넘어간다...

영화 삼매경 2022.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