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771

따뜻한 카리스마 - 이미지로 성공하는 것

평범한 자기계발서지만 곳곳에서 고집스러운 가치관이 드러난다. 2021년에 읽으면 상당히 꼰대스러운 부분이 많지만 나름 치열한 삶을 살아온 커리어우먼의 '라떼'다. "콩나물에 물을 주면 물은 다 빠져나가지만 콩나물은 자란다"라고 교육의 효과를 비유하던 어느 분의 말씀이 생각난다. 우리는 물을 주자마자 바로 콩나물의 길이를 재려 드는 경향이 있다. 교육이 아닌 마술을 기대한다. 좋은 쌀에 적당량의 물을 붓고, 적정 온도로 가열을 해도, 타거나 설지 않은 밥을 먹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시간이다. 다 끓고 나서도 뜸 들이기가 필요한 것이다 조급한 마음으로 뜸도 들이지 않고 뚜껑을 열면 헛 밥을 짓는 셈이며 모든 것이 낭비로 끝난다는 것을 우리는 때로 잊고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노력이 성공의..

오징어 게임 - 한국 드라마의 오리지널리티

출장을 와서 무심코 보다가 어느새 날을 새고, 다음날 올라오는 차 안과 집에 도착해서까지 손을 놓지 못했다. 왜 2021년이 ‘오징어 게임’의 해인지 확연하게 알 수 있는 드라마다. 이 콘텐츠가 넷플릭스의 영업이익을 수조원 끌어올렸다고 하니 그야말로 영상 콘텐츠의 역사를 새로 썼다.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장르는 매니악해서 여간해서는 망하지 않지만 그만큼 성공한 케이스도 드물다. 전 세계적으로는 ‘헝거게임’과 ‘큐브’ 정도만이 성공한 케이스로 떠오른다. 그러나 한국적인 정서가 가미된 서바이벌 게임은 여러모로 달랐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서양권에서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 연기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을 생각하면 이 영화는 치밀한 시나리오 전개와 놀라운 연출의 힘으로 성공했다 생각한다. 우선, 동화적인 미..

영화 삼매경 2021.11.23

[불멸] 영웅은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두사람이라면 광화문 한 복판에 앞뒤로 서 있는 두 영웅이다. 한 명은 세종대왕이고 나머지 하나는 이순신이다. 세종대왕이 정력가이고 욕설을 즐겼으며 고기가 없으면 밥상을 물렸다는 사실처럼 이순신에게도 인간적인 면이 있었으니 김탁환 작가의 이 소설은 인간 이순신을 고찰한다. 물론 '칼의 노래'라는 역작이 있기는 하지만 이순신의 인간적인 약점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이 소설에서 우리가 알던 이순신은 보이지 않고 원균의 공을 질투하고 공과를 다투는 모습까지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때문에 소설을 읽다 보면 처음에는 강한 거부감이 느껴진다. 우리가 아는 성웅, 충무공이 이리도 초라하다는 점에서 오는 괴리감은 소설을 읽는 내내 불편함을 준다. 그럼에도 '불멸'이 의미있는 작품인 건 이순신과..

퍼펙트 데이 - 행동주의자의 낭만주의

퍼펙트데이는 내전이 막 끝난 보스니아에서 활동하는 NGO를 소재로 하고 있다. 무척이나 고귀한 활동이지만 정작 활동가들의 모습은 타성에 젖은 관료를 보는 듯 하다. 아무리 고귀한 목적을 가지고 가더라도 오랜 기간 같은 일들이 주어지면 봉사 역시도 그냥 일이 된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우물에 빠진 시체를 건지는 중요한 일을 하면서도 정작 그 물을 먹게 될 주민들의 건강에 관심이 있는 건 신입뿐이다. UN군이 하지 마라면 그냥 안하는 식으로 시니컬하게 대응하는 베테랑 활동가 맘브루와는 대조적이다. 이 영화는 고결한 희생이나 내전에서 희생을 강요받는 인권을 다루지 않는다. 그저 그 안도 아이들은 공을 차고 주민들은 장을 여는 보통의 세상임을 보여 준다. 물론, 자원은 풍족하지 못해서 로프 하나를 구하기 위해..

영화 삼매경 2021.10.26

보이스 - 모르는 번호는 받지말고, 돈을 요구하면 한번 더 의심할 것

범죄는 그 종류를 막론하고 영화의 좋은 소재다. 거의 90%의 영화는 범죄를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늘 우리의 곁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하는 작품은 거의 없는 듯 하다. 보이스피싱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피해자의 무지함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나는 절대로 걸리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범죄에 비해 관객들이 피해의 막중함을 직접 체감하기 어려워서인 것 같은데 영화 ’보이스‘는 그런 선입견을 철저하게 깨 부순다. 물론 과장된 설정들이 곳곳에 있어서 이게 영화라는 걸 계속 인지 시키지만 적어도 전화 통화로 범죄가 일어나는 장면들은 그 어떤 액션보다도 긴박하고 살떨린다. 스트레스 지수는 당연히 높다. 난데 없이 당하는 피해자의 모습들과 ’저정도면 나도 속겠다‘라고..

영화 삼매경 2021.10.20

그린랜드 – 딥입팩트 하위버전을 궂이?

20여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 ‘딥 임팩트’는 세기말 분위기와 높은 완성도를 바탕으로 큰 흥행을 기록했고 지금 봐도 꽤나 잘 만든 영화다. ‘그린랜드’의 대부분 설정은 딥임팩트를 그대로 차용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유성의 습격으로 인한 지구의 멸망과 이를 피하려는 인간의 허무한 노력, 선택받은 인간만이 들어갈 수 있는 대피소 같은 것들이 모두 동일하다. 한가지 차이가 있다면 딥 임팩트가 간신히 인류의 절멸을 막았다면 이 영화에서는 대부분의 멸종-문명 리부트로 전개된다는 정도다. 완성도는 더욱 처절하게 차이가 나는데 ‘딥 임팩트’가 종말을 앞둔 여러 인간들의 군상을 다채롭게 그려냈다면 ‘그린랜드’는 보다 지엽적이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하는 가족애를 제외하면 복합적인 심리를 가진 인물이 거의 그려지지 않고 ..

영화 삼매경 2021.10.13

마더! - 이기적인 신

처음에는 이게 무슨 영화지 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지켜보며 스트레스를 받고, 후반부에 접어들면 무슨 얘기인지 깨닫는다. 이때쯤 되면 관객은 더욱 큰 스트레스를 받는 기독교적 가치관을 가진 자와 터부의 소재를 대하는 쾌감을 얻는 자 둘로 나뉜다. 첫 등장에서부터 주인공인 마더가 겪는 수난은 이해하기 어려운 스릴러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는데 이해 여부와 다르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준다. 밑도 끝도 없는 수난과 이해할 수 없는 해프닝에 자연스럽게 넌더리를 내게 된다. 그건 애러노프스키가 그렇게 볼 수밖에 없도록 영화적 형식을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 이동진 평론가 오로지 남편 하나만 바라보는 주인공이지만 점차 밀려드는 방문객들은 이 여인의 스트레스를 극한으로 보내는데 그건 이 방문객들이 예고없이 들이닥쳐 예의없이..

영화 삼매경 2021.10.12

우피치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100 - 가벼운 미술관 여행

해외의 유명 미술관을 소개하는 시리즈인 '000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100' 中 하나다. 사실 여행을 가서 미술관을 가기도 쉽지 않은데 거기서 또다시 다수의 작품을 차분히 이해한다는건 한국적인 여행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피렌체에 있는 우피치 미술관은 그 유명한 메디치 가문에서 만든 미술관이고 대표작품으로는 그 유명한 '비너스의 탄생'이 있는 곳이다. 익숙한 작품이 많지는 않지만 '메디치 후원'이라는 일관성 있는 컨셉이 있다. 얼핏 읽기에는 단순한 가이드북 같기는 하지만 설명이 심플하고 어렵지 않아 가볍게 읽을만 하다. 물론 미술관을 일일이 가보는것만은 못하지만 대신 편한 이해를 돕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림의 예술적 의미보다는 스토리텔링에 초점이 맞춰져있어서 그림 문외한도 재밌게 읽는다는 것도 ..

[샹치와 텐링즈의 전설] 성공적인 뉴페이스 등장

기존의 마블과는 다른 문법으로 접근한 새로운 히어로 시리즈다. 일단 주인공이 아시아계라는 결단이 내려졌고 '신비로운 동양의 무예'라는 오리엔탈리즘이 적용되어 있다. 그리고 기존의 마블 시리즈와 연결고리가 뚜렸하지 않다. 물론 영화 마지막, 닥터 스트레인지의 '웡'과 연결이 되기는 하지만 그 전까지, 그러니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 영화는 독립적인 히어로물의 위치에 있다. 봉인된 전설의 악마를 꺼내려는 세력과 이를 막으려는 히어로의 구도는 사실 수십년간 다루어진 구태의연한 주제이기는 하다. 그러나 는 마블답게 끝내주는 액션의 연출로 이 식상함을 부숴버린다. 빌딩의 외벽 비계를 이용한 액션은 그중에서도 압권이다. 그리고 최근의 마블 시리즈가 전 우주적인 위기를 다루느라 에너지파같은 강력한 힘을 보여주고는 했..

영화 삼매경 2021.10.09

부천 아쿠아플래닛 - 아쉬운 규모, 아쉬운 컨텐츠

코로나 때문에 동물원이나 수족관도 못가다가 휴가낸 김에 평일 낮에 다녀왔다. 사람이 없어 한적한 건 좋았는데 매번 일산 아쿠아플래닛만 다니다가 이번에 간 부천은 너무나 작아서 실망했다. 길이가 20미터도 안되는 해저터널을 지나면 조금조금한 물고기들이 전부. 그나마 볼 수 있는 펭귄도 오늘따라 없고 코로나 때문에 공연도 안한다니 입장료가 아깝다. 상어도 저기 보이는 저정도 크기의 녀석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특별한 물고기도 찾을 수 없다. 불가사리를 만지는 체험도 금지, 공연도 금지. 이정도라면 문을 닫아 걸거나 최소한 금액이라도 많이 낮춰야 하는게 아닐까. 코로나로 다들 힘든 건 알지만 힘들다는게 가치 없는 콘텐츠에 면죄부를 주지는 않는다. 그나마 먹이주는 관람객에 길들여진 붕어떼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