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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AI는 불멸을 선물하는가

최근 신한생명이 광고에서 AI 모델을 기용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로지라는 이름을 가진 이 아름다운 여성은 처음에는 AI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등장해 광고계의 주목을 받았는데 AI 캐릭터라 밝히기 전까지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인스타 DM으로 데이트 요청하는 이들까지 있었다고 하니, 기술의 진보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없애고 있음을 실감하게 만든다. 에는 이렇게 진짜와 똑같은 AI가 등장한다. 영화에서 이 AI의 역할은 죽은 이들을 대신해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모양이다. 사람들은 이들에게 위로를 받고 늙고 죽어가지만 AI만큼은 영원히 살아남아 남은 AI끼리의 대화를 이어 나가는게 이 영화의 스토리다. 처음에는 고뇌하고 슬퍼하고 거부하는 인간들과 대화 하는데서 그 역..

영화 삼매경 2021.07.26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승부보다 멋진 시대 전환 선언

2010년 이후, 한국에서의 여성운동은 조금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띄게 된다. 특히 과격한 논지를 가진 커뮤니티가 사람들 입에 오르더니 은 어마어마한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비둘기파를 쫒아낸 페미니즘과 이에 대항하는 남성들과 현재까지 최악의 젠더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50여년 전 미국에서 벌어진 젠더 갈등을 살펴보는 건 꽤나 흥미롭다. 이 영화는 1973년 열린 기묘한 테니스 이벤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대표적인 신사적인 스포츠인 테니스는 지금도 보수적인 스포츠다. 물론 1970년대 미국에서는 여성에게도 그 문호가 열려있는 상태였지만 인기에 무관하게 여성은 상금이 십분의 일밖에 되지 않았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스포츠 선수가 아니라 흥을 돋구는 이벤트 걸들로 인식하고 있..

영화 삼매경 2021.07.12

쌀을 먹으면 죽는 병

아침부터 휴가 준비를 위해 파주 아룰렛으로.. 가기 전에 상암동에 들러 햄버거부터. 많이 먹는게 곳 휴가준비다. 상암동에 있는 크라이버거는 야채가 많고 버거가 따뜻해서 수제버거 같다. 아울렛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행주산성에 들러 시원한 국수들을 흡입. 행주산성에 있는 원조국수는 양이 많다 못해 3인분씩 준다. 아무래도 쌀을 먹으면 죽는 병에 걸린 듯 하다.

[크루엘라] 디즈니가 만들어 낸 어린이용 조커

간만에 가슴 뛰는 영화를 만났다. 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크루엘라는 화려한 환타지에 더 화려한 엠마스톤의 멋이 더해진 그야말로 화려함의 최종 보스 같은 영화다. 디즈니 실사 영화들이 그렇듯이 시작부터 동화적인 이미지를 실사로 그려내 눈길을 끌더니 러닝타임이 지날 수록 점점 드라마에 몰입 시킨다. 패션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은 얼마나 밀도 있는지. 의 동화 버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부모의 복수라는 심플한 소재는 어린이 관객에게도 훨씬 밀도 있게 다가가는 모양이다. 사실 엠마 스톤이 이정도로 아름다운줄 몰랐는데 에메랄드 빛 눈빛과 극 전체를 압도하는 퍼포먼스는 왜 헐리우드가 그녀를 사랑하는지 다시 한번 일깨운다. 이 영화에서 크루엘라는 마치 조커처럼 빌런의 역할을 수행한다. 어린 시절 자신의 잘..

영화 삼매경 2021.07.05

[퀴즈쇼] 무의미한 일을 하고 싶어

"나는 말이야, 아직 철이 덜 들었다봐. 나는 좀, 그러니까 뭐라고 말해야 하나. 그냥 좀 무의미한 일을 하고 싶어" 외할머니 손에 큰 민수는 부모의 부재를 빼고는 평범하고 무기력한 삶을 살아왔지만, 급작스러운 외할머니의 죽음으로 무일푼이 되어 거리로 쫒겨난다. 새로운 삶에 적응을 하려 하지만 알량한 생활방식은 그를 온라인 퀴즈쇼로 도피 시킨다. 이른바 삶에 있어서 큰 몰락을 경험했지만 대부분의 주인공이 그렇듯 노력과 고생을 통한 극복이 아니라 무기력한 회피와 무의미한 일상으로 도망친 것이다. 그러나 그 퀴즈쇼 세상 안에서 매력적인 여성 서지원을 만나면서 그의 삶은 바뀔 뻔 한다. 모든것을 갖춘 서지원을 떠나 퀴즈를 통해 검투사가 되는 세상속으로 들어간 민수, 그가 경험한 것들은 진실일까 망상일까. 휴대..

[인간시장] <인간시장>이 팔리는 시대는 불행한 시대

군대에서 짬이 마음껏 독서를 할 수 있을 때 쯤, 내무반에 굴러다니던게 이 인간시장이다. 기억에는 권총찬이 등장하는 1부와 장총찬이 등장하는 2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 다시 읽은 버전은 장총찬으로 통일된 버전이다. 뭔가 사연이 있었겠지. 아무튼 김홍신이라는 작가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 놓고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역대 베스트셀러중 하나지만 지금 와서 보면 여러모로 부족한 글이다. 여성을 천시하던 당시의 시대상이야 그렇다지만 소년 탐정소설류와 비슷한 문체와 양판소에 버금가는 단순한 서술은 아무리 쉬운 글을 지향하는 작가의 특징에 비춰봐도 한 시대를 대표하는 글이라기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직설적이고 거칠고 투박하다. 하지만 그 거칠음이 이 소설을 베스트셀러로 올려 놓지 않았을까? 서울을 싹 불질러 버려야 ..

연남동 경양카츠

오며가며 볼 때마다 사람들이 늘 줄을 서 있어서 궁금했는데 마침 늦은 산책에 대기줄이 거의 없다. 절호의 찬스. 어차피 늦은 점심을 해결해야 할 터였다. 일반적인 일본식 돈가스 메뉴 구성이지만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서 디스플레이 되어서 나온다. 역시나 연남스러운 곳이다. 밥 한가운데 앙증맞은 계란프라이가 하이라이트. 안심과 치즈, 떡갈비를 각각 시켰는데 전체적으로 고소하고 특색있기는 하지만 많이 먹기에는 조금 느글느글하다. 그래서인지 소금과 와사비, 각종 김치류가 오히려 돈가스에 비해 훌륭하게 느껴질 정도다. 재료도 좋은 것을 쓰는것 같기는 하지만 튀기는 기술에서 문제가 있는 듯. 그래도 가게 분위기도 좋고 특히 너른 창을 통해 연남동을 바라보면서 먹을 수 있는 자리에 걸리면 분이기가 산다.

[원미동 사람들] 가난한 고독의 도시

지금은 봄꽃 나들이로 알려진 원미동이지만 20년 전의 그곳은 그야말로 서울에서 밀려난 노동자들의 도시였다. 늦게 개발된 터라 토박이는 없고 먹고살기 위해 서울 언저리를 헤메이거나 도시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아웅다웅 살아가는 곳. 집이 있다는 것으로 간신히 빈민을 벗어난 이들의 집합체, 겉으로는 정이 넘치지만 치열한 호구지책 속에서 날카로운 사람들의 고독한 도시다. 양귀자가 잠시 머물려서 관찰한 원미동의 모습에는 놀라운 산업 발전의 음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레트로로 치장하기에는 너무나 팍팍하며 변두리의 낭만 같은 건 현실에 없다는 걸 날카롭게 그려낸다. 와 에서는 실업과 동시에 서울에서 변두리로 밀려나거나, 영업 일선에서 입도 벙끗 못하는 가장을 그리고 있다. 또, 여성 작가를 화자로 그린 에서는 어린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