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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삶은 소중하니까

코로나로 얼어 붙은 극장가에 단비처럼 개봉한 애니메이션인데다가 이동진 평론가의 극찬에 꽤나 기대를 품고 봤다. 평점도 높고 주변 평도 좋았는데 나와는 맞지 않은 듯, 솔직히 좀 지루했다. 일생동안 꿈꿔온 연주자의 기회를 잡자마자 죽어버린 가 영혼의 세계에서 탈출해 지상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우연찮게 함께 이승으로 와버린 '22번' 영혼과 심지어 몸까지 바뀌어서 좌충우돌한다. 22번은 삶에 대한 두려움, 정확히는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영혼인데 가드너와 지구를 여행하면서 삶에 대해 아름다움을 느낀다. 가드너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지만 그 외곬수에 주변의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살아왔다. 이 둘이 마지막 며칠간 삶을 여행하면서 한 쪽은 삶의 아름다움을, 다른 한 쪽은..

영화 삼매경 2021.03.02

[좀머 씨 이야기]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제목은 많이 들어봤지만 이번에 처음 읽었다. 제목이나 표지 삽화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정도로 생각됐는데, 맞았다. 이 소설에서 좀머씨는 동네의 좀 이상한 사람이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으로 봤을 때 좀머 씨는 무언가 사회적인 고통을 겪었음에 틀림이 없다. 전쟁이나 홀로코스트, 혹은 그보다 더한 어떤 일을 겪어서 머리가 이상해진 사람. 한국의 근현대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그런 인물이다. 재밌는 건 소설의 끝까지 그가 왜 그러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 이 소설에서 중요한 건 '왜'가 아니라 '간절한 은둔'이다. 숨고 싶고 도망가는 나를 잡지 마시오라는 간절한 바램. 정작 그가 어디를 그렇게 다니는 것인지? 그러한 끝없는 방랑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그가 그렇게 잰 ..

[대도] 인생을 낭비한 죄

진짜로 영화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소설가 백동호는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인물이 아닐까 싶다. 전직 금고털이, 쌍둥이 형의 이야기를 통해 '실미도'를 써낸 작가. 한 줄의 필모그래피만 봐도 범상치 않다. 는 이런 백동호 작가의 자서전 적인 성격의 글이다. 젊은 시절 잘나가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 받고 그야말로 저 밑바닥에서 박박 기어다니다 금고털이로 범죄자의 삶을 산 백동호에 비하면 누구나 어린아이일 수 밖에 없다.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 형도 범죄자가 되었는데 마흔이 넘어 형을 만난 후에 회개하고 제대로 된 삶을 시작한다. 그리고 나서 처음 쓴 소설이 이 고 두번째가 다. 글을 잘 쓴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진솔하고 흡입력이 있다. 머리도 상당히 비상한 듯 하다. 첫..

[1987]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물론!

1987년은 내가 8살이 되던 해이다. 뚜렷하지 않은 어릴 적 기억 중에 지금까지도 뇌리에 남는 말이 있다. 어린 내가 엄마에게 전대통령이 무어냐 물었던 기억이다. 추정컨데 '전대통령은 오늘~ 하고 시작하는 땡전뉴스를 보고 물었으리라. 어린 마음에 전대통령이라면 지금 이전의 대통령일텐데 왜 지금 뉴스에 나오냐 하는 물음이었는데 그 때 엄마의 답을 또렷히 기억한다. '그런소리 하지 말아 잡혀가'. 엄마도 농담이 아니었고 나도 무섭게 받아들였는지 그 이후로 비슷한 질문을 한 기억이 전혀 없다. 그만큼 컴컴한 세상이었다. 1987년의 6월, 대한민국은 박종철이라는 학생의 죽음으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직장인도, 지금은 조중동이라 희화화 되는 기자들도, 종교계에 이르기까지 정도만 다를 뿐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시기..

영화 삼매경 2021.02.04

[꼬마유령 캐스퍼] 내가 사람이면 춤 춰줬을거야?

주말에 볼 만한 채널이 없어 뒹굴대다 문득 어릴 적의 이 영화가 떠올라서 결재를 했다. 1995년, 지금 보면 어설프지만 당대로서는 최고 수준의 CG를 앞세워 꽤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던 걸로 기억된다. 이 영화를 요즘의 화려한 볼거리를 보고 자란 채은이는 어떻게 받아 들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얼마전에 보여준 달려라 하니는 아주 흥미진진하게 봤었다. 결과적으로 엄마, 아빠는 졸았지만 채은이는 눈이 동그래서 봤다. 일단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영화가 그리 많지 않은데다 요즘의 어린이 영화는 너무 제한 조치들이 많아서인지 조금의 선정성도 허용되지 않는데 확실히 옛날의 영화들이 그런 면에서는 허술하다. 성인 영화를 보여줄 수는 없겠지만 영화라는게 즐기기 위함인데 약간은 자극적이고 일탈적인 면이 있어야 하지 ..

영화 삼매경 2021.01.22

[아이디어 대폭발] 창조성을 글로 표현한다는게 쉽지 않지

얼마 전 읽고 실망했던 씽킹 프로세스와 그 궤를 같이 하는 책. 지금 읽어서는 뭐 이런 걸 다 이론이라고 썼는가 싶은데 1974년인 배경을 생각해 보면 당시에는 창의력을 이렇게 바라봤구나 하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지금에서야 그룹 토의니 브레인 스토밍이니 하는 개념이 일반화 되었지만 당시에는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던 듯 하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시대에 뒤떨어져서 어찌보면 생각에 관한 철학에 가까운 책이라고 보인다. 결론적으로는 책을 많이 읽고 세상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라는 식의 평이한 내용이라 실망이 더 큰 책이다. PS. 개인적으로는 창조력이라는게 노력하고 공부한다고 길러진다고 생각지 않는다. 예체능처럼 타고나는게 90이면 겨우 10 정도만 노력으로 극복이 가능할까.

[원더우먼 1984] 원더우먼과 다이애나 사이에서

마블에 대항하기에 늘 역부족이었지만 그렇기에 왠지 모를 불쌍함을 가지고 있는 D.C에서 그나마 매력적인 캐릭터를 꼽으라면 단연 원더우먼이 아닐런지. 마블이 트렌디한 히어로들을 줄기차게 내놓는데 반해 D.C의 고전 영웅들은 아무리 돈을 들여도 쫄쫄이가 멋져지지 않는데 반해 원더우먼의 유치한 유니폼은 시간이 갈수록 레트로한 매력을 더한다. 이건 제작진의 노력도 있겠지만 갤 가돗이 너무나도 캐릭터에 착붙이기 때문이 아닐런지. 커다란 키에 딱 벌어진 어깨를 가지고 있는 갤 가돗은 원더우먼으로 변신하기 전에는 유명한 패션 모델처럼 옷을 입고 있는데 이게 무척이나 멋있다. 그리고 액션 역시 슈퍼맨이나 배트맨보다는 정확하게 자신만의 기술들(올가미라던지 머리띠 공격이라던지)을 가지고 있어서 늘 등장만으로도 가슴을 설레..

영화 삼매경 2021.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