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345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승부보다 멋진 시대 전환 선언

2010년 이후, 한국에서의 여성운동은 조금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띄게 된다. 특히 과격한 논지를 가진 커뮤니티가 사람들 입에 오르더니 은 어마어마한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비둘기파를 쫒아낸 페미니즘과 이에 대항하는 남성들과 현재까지 최악의 젠더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50여년 전 미국에서 벌어진 젠더 갈등을 살펴보는 건 꽤나 흥미롭다. 이 영화는 1973년 열린 기묘한 테니스 이벤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대표적인 신사적인 스포츠인 테니스는 지금도 보수적인 스포츠다. 물론 1970년대 미국에서는 여성에게도 그 문호가 열려있는 상태였지만 인기에 무관하게 여성은 상금이 십분의 일밖에 되지 않았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스포츠 선수가 아니라 흥을 돋구는 이벤트 걸들로 인식하고 있..

영화 삼매경 2021.07.12

[크루엘라] 디즈니가 만들어 낸 어린이용 조커

간만에 가슴 뛰는 영화를 만났다. 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크루엘라는 화려한 환타지에 더 화려한 엠마스톤의 멋이 더해진 그야말로 화려함의 최종 보스 같은 영화다. 디즈니 실사 영화들이 그렇듯이 시작부터 동화적인 이미지를 실사로 그려내 눈길을 끌더니 러닝타임이 지날 수록 점점 드라마에 몰입 시킨다. 패션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은 얼마나 밀도 있는지. 의 동화 버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부모의 복수라는 심플한 소재는 어린이 관객에게도 훨씬 밀도 있게 다가가는 모양이다. 사실 엠마 스톤이 이정도로 아름다운줄 몰랐는데 에메랄드 빛 눈빛과 극 전체를 압도하는 퍼포먼스는 왜 헐리우드가 그녀를 사랑하는지 다시 한번 일깨운다. 이 영화에서 크루엘라는 마치 조커처럼 빌런의 역할을 수행한다. 어린 시절 자신의 잘..

영화 삼매경 2021.07.05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디즈니가 제3세계를 다루는 방식

디즈니는 원래부터 다양성에 관심이 많았다.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예전부터 흑인 공주를 등장 시키거나 뮬란처럼 동양인을 주인공으로 쓰는 경우들이 있었다. 모아나와 알라딘의 히트 이후에 자극을 받았는지 이번에는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애니매이션을 냈다. 결과적으로는 흥행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시대에 맞는 적절한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화려한 채색을 바탕으로 하는 이국적인 모습도 마음에 들었고. 라야가 있는 쿠만드라 왕국은 원래 드래곤들과 어울려 살았지만 '드룬'이라는 악의 세력이 들이닥치자 드래곤들은 자신들을 희생하여 드룬을 봉인하고 자신들도 잠에 빠진다. '드룬'은 생명체들을 돌로 만들어버리는 공포의 대상이다. 다행히 드래곤들이 남긴 보석으로 쿠만드라는 평화를 유지 할 수 있었지만 세월이 많..

영화 삼매경 2021.04.28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결핍 연인의 사랑 방법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헝가리의 영화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인지 헝가리의 모습이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게 꽤 색다르다. 이 영화는 두 남녀가 우연찮게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일반적인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는데 그 계기가 무척이나 색다르다. 먼저 남자주인공인 안드레는 한쪽 팔을 쓰지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정확한 이유는 나오지 않지만 일터인 도축장에서 사고를 당한 것 같다. 나름 회사에서는 고위직이지만 작은 공장의 사장 정도라 소탈하고 추례한 이미지다. 사고 때문에 이혼을 한 것으로 보이며 회사 외에는 집에서 TV를 보면서 면도도 제대로 하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남자. 그가 일하는 도축장에 품질관리원으로 르벨리라는 여성이 배정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여성은 도축된 고기에 등급..

영화 삼매경 2021.04.22

[세번째 살인] 살인도 결국 일상의 한 장면인가

오래전 한 사람을 죽였고, 다시금 또 한 사람을 죽이게 된 그는 이제 스스로를 죽이려고 한다. 그게 이 영화 제목이 '세 번째 살인'인 이유다. 일본영화는 참 맛있으면서도 손이 안간다. 한국과 가까운 정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이 주는 매력 반면에 차양막을 한번 가린 것 같은 연출이 늘 마음에 걸린다. 언어가 주는 장벽만이라기에는 너무 이질적인 감정이다. 이 영화는 일반적인 스릴러라 하기에는 잔잔하다. 우리가 아는 법정물과도 다르다. 살인을 자백한 미스미를 변호하는 시게모리팀의 세명은 변호사라기 보다는 샐러리맨에 가깝다. 우리나라에서 그려지는 법조인이 너무 드라마틱해서 어쩌면 저쪽이 실제에 가까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일상이 아닌 영화를 보기를 바란다. 이 영화에서 미스미는 계속해서 말을 뒤집..

영화 삼매경 2021.04.11

[소울] 삶은 소중하니까

코로나로 얼어 붙은 극장가에 단비처럼 개봉한 애니메이션인데다가 이동진 평론가의 극찬에 꽤나 기대를 품고 봤다. 평점도 높고 주변 평도 좋았는데 나와는 맞지 않은 듯, 솔직히 좀 지루했다. 일생동안 꿈꿔온 연주자의 기회를 잡자마자 죽어버린 가 영혼의 세계에서 탈출해 지상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우연찮게 함께 이승으로 와버린 '22번' 영혼과 심지어 몸까지 바뀌어서 좌충우돌한다. 22번은 삶에 대한 두려움, 정확히는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영혼인데 가드너와 지구를 여행하면서 삶에 대해 아름다움을 느낀다. 가드너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지만 그 외곬수에 주변의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살아왔다. 이 둘이 마지막 며칠간 삶을 여행하면서 한 쪽은 삶의 아름다움을, 다른 한 쪽은..

영화 삼매경 2021.03.02

[1987]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물론!

1987년은 내가 8살이 되던 해이다. 뚜렷하지 않은 어릴 적 기억 중에 지금까지도 뇌리에 남는 말이 있다. 어린 내가 엄마에게 전대통령이 무어냐 물었던 기억이다. 추정컨데 '전대통령은 오늘~ 하고 시작하는 땡전뉴스를 보고 물었으리라. 어린 마음에 전대통령이라면 지금 이전의 대통령일텐데 왜 지금 뉴스에 나오냐 하는 물음이었는데 그 때 엄마의 답을 또렷히 기억한다. '그런소리 하지 말아 잡혀가'. 엄마도 농담이 아니었고 나도 무섭게 받아들였는지 그 이후로 비슷한 질문을 한 기억이 전혀 없다. 그만큼 컴컴한 세상이었다. 1987년의 6월, 대한민국은 박종철이라는 학생의 죽음으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직장인도, 지금은 조중동이라 희화화 되는 기자들도, 종교계에 이르기까지 정도만 다를 뿐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시기..

영화 삼매경 2021.02.04

[꼬마유령 캐스퍼] 내가 사람이면 춤 춰줬을거야?

주말에 볼 만한 채널이 없어 뒹굴대다 문득 어릴 적의 이 영화가 떠올라서 결재를 했다. 1995년, 지금 보면 어설프지만 당대로서는 최고 수준의 CG를 앞세워 꽤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던 걸로 기억된다. 이 영화를 요즘의 화려한 볼거리를 보고 자란 채은이는 어떻게 받아 들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얼마전에 보여준 달려라 하니는 아주 흥미진진하게 봤었다. 결과적으로 엄마, 아빠는 졸았지만 채은이는 눈이 동그래서 봤다. 일단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영화가 그리 많지 않은데다 요즘의 어린이 영화는 너무 제한 조치들이 많아서인지 조금의 선정성도 허용되지 않는데 확실히 옛날의 영화들이 그런 면에서는 허술하다. 성인 영화를 보여줄 수는 없겠지만 영화라는게 즐기기 위함인데 약간은 자극적이고 일탈적인 면이 있어야 하지 ..

영화 삼매경 2021.01.22

[원더우먼 1984] 원더우먼과 다이애나 사이에서

마블에 대항하기에 늘 역부족이었지만 그렇기에 왠지 모를 불쌍함을 가지고 있는 D.C에서 그나마 매력적인 캐릭터를 꼽으라면 단연 원더우먼이 아닐런지. 마블이 트렌디한 히어로들을 줄기차게 내놓는데 반해 D.C의 고전 영웅들은 아무리 돈을 들여도 쫄쫄이가 멋져지지 않는데 반해 원더우먼의 유치한 유니폼은 시간이 갈수록 레트로한 매력을 더한다. 이건 제작진의 노력도 있겠지만 갤 가돗이 너무나도 캐릭터에 착붙이기 때문이 아닐런지. 커다란 키에 딱 벌어진 어깨를 가지고 있는 갤 가돗은 원더우먼으로 변신하기 전에는 유명한 패션 모델처럼 옷을 입고 있는데 이게 무척이나 멋있다. 그리고 액션 역시 슈퍼맨이나 배트맨보다는 정확하게 자신만의 기술들(올가미라던지 머리띠 공격이라던지)을 가지고 있어서 늘 등장만으로도 가슴을 설레..

영화 삼매경 2021.01.03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사랑은 물과 같아

사랑의 색깔과 모양은 사실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다. 붉은, 또는 분홍 빛 하트. 하지만 진자 사랑은 어떤 형태를 띄고 있을까. 기괴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끌어내기로 유명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톡의 는 사랑의 형태에 대한 고찰이다. 일단 등장인물들부터 심상치가 않다. 다른 한쪽은 주류 집단의 바깥에 있다. 그들에 의하면, 괴생명체는 '짐승'에 불과하다. 엘라이자는 말을 못하는 장애인이고 젤다는 흑인인데 둘은 모두 여성이다. 자일스는 동성애자이고, 디미트리는 외국인이다. 하지만 뜨겁게 사랑하고 열심히 배우는, "이름도 계급도 없는" 이들은 물처럼 하나가 되어 벽을 넘어선다.(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물속에서 포옹한 채 괴생명체와 하나가 된 엘라이자 목의 상처에서 발현하는 아가미를 보여줌으로써 그녀 ..

영화 삼매경 2020.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