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771

[킹덤] 시대를 잘 만난 좀비 연속극

시즌2의 호평으로 시즌1부터 재조명 받고 있다. 조선시대에 발생한 좀비 바이러스라는 참신한 소재와 최근의 코로나 사태가 겹치면서 주목을 받았는데 한편에서는 넷플릭스 최고 평점을 들먹거리며 '기생충에 이은 한류 드라마'라는 소리가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정도까지 평가를 받을 일은 아닌 듯 하다. 먼저 완벽하게 사전 제작된 드라마가 흔치 않은 드라마 환경, 웬만한 영화의 주연급이 즐비한 화려한 캐스팅, 사극하면 떠오르는 화려한 의상이 기본으로 받쳐주는데다 작가가 '김은희'라면 이미 상황은 끝난거다. 이번에는 서구에서도 익숙한 좀비를 다뤘기에 이런 반응이 오는 거겠지. 시즌 1을 정주행하면서의 느낌은, 이건 좀 실망인데? 였다. 화려한 명성에 비해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고 좀비라는 익..

영화 삼매경 2020.04.05

[토끼 바위산] 어설픈 피해 의식이 만들어 낸 괴작

남북 통일이 코 앞에 다가온 날, 한국과 북한, 일본과 중국에서 동시에 쿠데타가 일어나 유럽 공동체에 대항하는 연합체를 구성한다. 허황된 시나리오지만 이 책이 쓰여지던 당시(1993년도)에는 나름 그럴싸한 음모론 중의 하나였다. 93년은 소련이 해체한지 2년밖에 되지 않았고, EU는 EC라는 유럽연합으로 출범을 준비중이던 상황이었다. 당연히 미국을 능가하는 거대 연방국가가 태어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다. 게다가 중간 완충지 역할을 할 소련이 부서진 상황이라 유럽연합이 경제적인 침략자가 된다는 얘기가 운동권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었기도 했고. 지금에 와서 보면 너무나 어이없어 보이지만 당시 한국은 급속한 경제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화적 역량으로 일본과 홍콩에 문화 종속을 우려하는 상황이었다. 그에 ..

[증산역 연안정육식당] 레트로와 가성비를 한방에 해결한 소고기집

증산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정육식당이 하나 있다. 연안정육식당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간판도 촌스럽고 외형적으로는 시장에 있는 나이 많은 분들 약주하는 곳처럼 생겼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미국산과 육우를 섞어서 쓰는데 900그램 모둠이 5만원이니 소고기 치고는 어마어마하게 싼 가격이다. 모둠을 시켰더니 차돌박이와 등심, 갈비살이 골고루 섞여서 나온다. 아무래도 저렴함으로 승부하는 곳이라 최고급 고기를 쓰지는 않지만 후추를 많이 써서 잡내가 나지는 않는다. 정말 시골 시장에서 먹는 정겨운 맛이다. 무한리필되는 곰탕은 어린시절 한그릇씩 말아먹던 맛 그대로다. 이것만 가지고도 밥 한공기는 금방 먹겠다. 반찬도 정갈하고 주인 되시는 분도 친철하다. 모든게 마음에 드니 허름한 가게의 분위기 조차도 레트로..

[유럽도시기행 1_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노쇠한 사업가를 닮은 도시들

시대의 논객, 유시민이 한국인이 가장 가보고 싶은 유럽 4개 도시를 다녀왔다. 유럽여행기를 계속해서 내기로 계약이 되어 있다고 하니 앞으로도 계속할 모양이다. 프로젝트의 첫 번재는 아테네와 로마, 이스탄불과 파리다. 작가는 이 네 개 도시를 한마디로 이렇게 설명한다. 아테네는 멋있게 나이들지 못한 미소년, 로마는 뜻밖의 발견을 허락하는 도시로, 터키의 수도로 잘못 알고 있는 이스탄불은 단색에 가려진 무지개 같고(터키의 수도는 안카라다.) 파리는 인류 문명의 최전선이라고. 우연찮게도 얼마전 박경철의 라는 기행기를 읽은 터라 두 작가의 여행 스타일을 비교해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인식 방법의 차이다. 박경철 작가가 감성적인 소년같은 여행을 한다면 유시민 작가는 역시나 철저하게 유물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유쾌한 우주가족의 완성

이 때는 미처 몰랐었다. 가오갤의 빌런인 타노스가 이 시리즈의 최강 빌런이었음을...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은 지구의 와는 괴리감이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똑같은 마블 유니버스에도 라인과 라인이 사는 세계가 다르듯이. 때문에 우주 최강의 적을 지구에 등장시키려면 연결고리가 필요한데 이 그 역할을 한다. 때문에 어벤져스에 비해 보다 S/F적이고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고, 능력이라는 개념의 신기함이 떨어진다.(외계 생명체가 쓰는 초능력은 경외롭지 않다) 때문에 어벤져스 팬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가는 시리즈다. 특히 스타로드의 평범한 체격과 카우보이를 연상케 하는 구렛나루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이번 편은 스타로드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무언가 '신'에 가까운 존재의 아들로 태어난 스타로드. 알..

영화 삼매경 2020.03.28

[사랑할 때와 죽을 때] 그토록 짧았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너무도 길었던 휴가

가 워낙 유명해서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못지 않게 전쟁의 참혹함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 독일의 패전을 겪어낸 레마르크가 그려낸 전쟁과 그 속의 인간은 너무 사실적이어서 잔인하다. 와 마찬가지로 전쟁의 허무함과 무의미한 희생을 다루지만 보다 처연하다. 아마도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랑을 다루면서 일말의 희망을 주고, 다시 빼앗아가기 때문이라 생각이 든다. 승리하고 있는 동안은 만사가 질서정연한 것 같이 생각되었다. 그렇지 않은 것은 무관심하지 않으면 위대한 목적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위대한 목적. 거기에는 언제나 양면이 숨어있다. 그 중의 한 면은 처음부터 음산하고 비인간적인 것이 아닐까? 나는 정말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을가? 사실은 모든 것을 의심하고 구토증을 느끼면서도 애써 뿌리치고 있었..

[기생충] 계획의 승리

2019년, 한국 영화계를 한 단어로 정리하면 '계획'의 승리다.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라는 대사로 전 세계를 휩쓴 기생충 이야기다. 영화의 리뷰야 워낙에 많이 나왔으니 추가로 감상을 더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이런 날이 또 올까 하는 마음에 가벼운 단상을 남긴다. 이 영화는 심오한 주제를 다루면서 가벼움과 무거움을 경쾌하게 오간다. 가난에도 어두움이 없어 보이는 기택(송강호)의 가족들이 죄의식 없이 한사장(이선균) 가족을 속이고 결국 파국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어둡기 그지 없지만 사이사이 채워져 있는 블랙 조크는 한없이 가볍기도 하다. 그 웃음 하나하나가 계획되어진 씁쓸한 웃음이라는데서 봉준호의 위대함이 드러난다. 이 영화는 빈부격차의 기준을 계획으로 나눈다. 계획을 ..

영화 삼매경 2020.03.25

[문명의 배꼽, 그리스] 카잔차키스와 함께하는 그리스 여행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문과의 감성을 가지고 있는 시골의사, 박경철. 그가 어린 시절 가슴에 품었던 꿈은, 그리스 여행이었다. 오십을 앞두고 그 꿈을 실현시킨 박경철 작가는 우리에게 그 결과를 풀어 놓는다. 단순한 그리스 여행기가 아니라 긴 시간동안 만나보고 싶었던 것 하나 하나를 마주할 때의 감동을 공유한다. 어떤 여행자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펠로폰네소스 반도로 들고나는 데 코린토스를 거치지 않을 재간은 없다. 그런 점에서 코린토스는 그리스 여행의 오프닝 무대인 셈이다. 바위투성이인 고대 코린토스의 땅은 번영의 땅이었지만, 운명의 신 모이라의 실타래는 늘 공정하다. 코린토스의 땅은 번영의 땅인 동시에 약탈의 땅이기도 했고, 탐욕의 땅인 동시에 몰락의 운명을 품은 땅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코린토스..

[카메라를 보세요] 짤고 간결한 미국의 상상력

비밀돌이 푸바 지붕에서 소리쳐요 에드 루비 키 클럽 셀마를 위한 노래 거울의 방 작고 착한 사람들 안녕, 레드 작은 물방울 개미 화석 신문 배달 소년의 명예 카메라를 보세요 우주의 왕과 여왕 설명을 잘하는 사람 미국의 SF는 장르를 넘어서 순문학만큼이나 철학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배경에는 커트 보니것이라는 걸출한 작가가 있다. 블랙 유머가 가득 담겨 있는 그의 소설들은 냉소에서 시작하지만 따뜻한 인간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다 해도 '인간'이라는 철학적 고찰을 멈추지 않는다. 거기에 멈추지 않는 상상력을 더한 그의 단편들은 하나하나가 반짝반짝 빛이 난다. 기계문명의 발달을 경계할 것을 주문하는 , 외계인의 순간적인 멸망을 통해 겸손함과 신의 무작위성을 배우는 , 최면술의 반전..

[마미야 형제] 그 행복이 부러워 우울해

에쿠니 가오리의 를 읽었다. 바보스러움에 웃음짓다가 순진함에 편안하다가 행복이 부러워 그만 우울해져 버렸다. 이렇다 할 사건 하나 없는 이 소설에서 마미야 형제는 조금 뒤쳐진 삶을 살아간다. 그럼에도 그 삶 하루하루를 소중히 쓰는 모습은 보는 사람을 부끄럽게 만든다. 마미야 형제에게는 지금껏 연인이 있었던 적이 없다. 그렇기 대문에 실연이라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저 혼자 꾸준히 쌓아 올린 호의를 짓밟히는 데 지나지 않는다. 팍삭 혹은 와지끈. 양치도 샴푸도 게을리 하는 법 없고, 심성 고운 마미야 형제이긴 했으나, 실제로 그들과 면식이 있는 여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볼품없는, 어쩐지 기분 나쁜, 집 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너저분한, 도대체 그 아니에 형제 둘이서만 사는 것도 이상하고, 몇 푼 아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