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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피센트 2] 동화는 끝나고 자극만 남았다

아쉽게도 1편에서의 신선함, 비틀기는 사라져 버리고 디즈니 프린세스물의 전형만이 남았다. 늘 그렇듯이. 디즈니가 헐리우드의 공룡이 되어버린 시점부터 미국의 영화는 참신함을 잃어버리고 극단적이고 말초적인 화면 구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겉모습에 신경쓰느라 본질을 잃어버린 인스타용 카페처럼 되어버렸는데 말레피센트의 속편도 같은 전철을 밟는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새로운 해석과 함께 안젤리나 졸리의 카리스마를 전면에 내세우는 영리함을 보여준 전작에 비해 는 억지로 스토리에 신선함을 부각 시키려 하고 자꾸 교훈을 남기려고 한다. 가족 영화는 '무언가 가르침이 있어야 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디즈니 영화에는 희망이 없다. 이번 작품에서 말레피센트는 후면으로 빠지고 잠에서 깨어난 오로라 공..

영화 삼매경 2020.03.10

[개인주의자 선언] 대안보다 먼저 똑바로 보는 법

여기서 말하는 개인주의란 유아적인 이기주의나 사회를 거부하는 고립주의가 아니다. 개인주의는 근대 계몽주의, 합리주의와 함께 발전하며 서구사회의 근간을 형성했다. 합리적 개인주의자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사회를 이루어 살 수밖에 없고, 그것이 개인의 행복 추구에 필수적임을 이해한다. 그렇기에 사회에는 공정한 규칙이 필요하고, 자신의 자유가 일정 부분 제약될 수 있음을 수긍하고, 더 나아가 다른 입장의 사람들과 타협할 줄 알며, 개인의 힘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인들과 연대한다. 개인주의, 합리주의, 사회의식이 균형을 이룬 사회가 바로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의 사회다. 우리는 개인주의를 이기주의와 혼동하면서 안좋은 편견을 가진다. 특히나 '나'보다 '우리'를 우선시하는 한국인의 정서에서 '내'..

[투마왕] 인간계로 떨어진 투마왕

인간계로 내려온 마왕이 힘을 잃고 수련해 나가면서 동료를 구하고 대륙을 통일하며 드래곤을 때려잡고, 강림한 다른 마왕을 물리친다. 그 와중에 인간과 사랑에 빠진다. 그야말로 중2병 돋는 양판소의 스토리라인과 크게 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특별하다. 이 뻔한 스토리를 가지고 독창적인 흡입력을 만들어 냈으니.. 일단 투마왕과 요마왕으로 나뉘어 서로 으르렁댄다는 마계의 설정이 특이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들을 반목시킨 것이 천계의 계략이었다는 점이나, 천계 역시 마족과 다르지 않다는 세계관은 꽤나 독창적이다. 마계에서 가지고 있던 검이 깨어져 나가 인간계에서 검령이 되고 이 검령을 지닌 아이를 죽인자가 소드마스터가 된다는 설정은, 필연적으로 이 소설의 무게감을 가볍지 않게 만든다. 덕분에 오버스러..

[말레피센트] 새로운 마녀 츤데레의 발견

맙소사. 이 영화가 이런 영화였다니. 솔직히 포스터만 보고 눈의 여왕을 떠올렸다. 흰 배경의 안젤리나 졸리가 매력적이었지만 애들이나 보는(?) 판타지일꺼야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미루고 미루다 딸내미의 등쌀에 IPTV를 통해 접했는데 이건 간만의 대박 영화다. 원래부터 원작을 비트는 방식의 재창작물을 좋아하는데 이건 아이가 좋아하는 디즈니의 프린세스물-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가족끼리 누워서 볼 수 있었다. 말레피센트는 인간에게 배반당해 틀어박힌 요정의 아이. 우정을 나누던 남자아이가 출세를 위해 말레피센트의 날개를 잘라간 이후 복수를 위해 그 남자의 아이에게 저주를 건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게 걸린 물레의 저주가 그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가지 흥미로운 비틀..

영화 삼매경 2020.03.04

돈가스 당길 때에는 홍익!

구파발쪽으로 빠져 나가는 길에 있어서 드라이브 하는 느낌도 나고 주차도 편리해 서너번 찾은 돈가스 맛집, 홍익 돈가스. 프랜차이즈지만 웬만한 개인 식당만큼이나 독창적인 맛을 유지하고 있다. 돈가스도 돈가스지만 볶음우동과 파스타도 맛이 준수하다. 가격은 더 착하고. 점심시간이면 어마어마하게 사람이 많으니 움직이려면 조금 일찍 다닐 것!

[엑시트] 더하거나 뺄 것 없이 깔끔한 재난 코메디

확실히 한국 영화 수준이 올라갔다. 한국에서 코메디물은 꽤 안전한 방식의 제작으로 여겨졌다. 상대적으로 낮은 제작비와 웃기기만 하면 어느정도는 용서가 되는 장르의 특성상 망해도 적게 망하고 터지면 꽤 짭잘한 관계로 높고 낮은 다양한 코메디의 시도가 있었다. 그러다가 작년, 이 초대박을 터트리면서 이제 잭팟까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엄밀하게 따지면 는 재난물이지만, 거의 5분에 한번 꼴로 시도 되는 개그요소는 이 영화를 코메디물로 분류하게 만든다. 화학 회사에서 해고된 누군가가 회사에 복수하기 위해 유독가스를 터트리고 자살한다. 이 가스는 조금만 흡입해도 신경에 문제가 생기는 최고 수준의 극독물. 공기중에 가라앉는 물질 특성으로 시간이 갈 수록 촘촘하게 도시를 점령해 나간다. 이로 인해 고립된 가족을 ..

영화 삼매경 2020.02.25

[명동 꽁시면관] 패키지에서 만나는 한식당 같은 곳

명동 한복판에 3층짜리 건물 한채의 임대료는 얼마일까. 모르긴 몰라도 웬만한 10층짜리 빌딩 하나만큼은 나올터이다. 마찬가지로 그거 한채를 식당으로 쓰려면 얼마나 장사가 잘 되야 할까? 애니메이션 센터에 갔다가 점심을 먹으려 들른 꽁시면관은 명동에서도 가장 한 복판, 대로에서 한블럭 안쪽에 위치한 대형 중국집이다. 입구에서도 안내하는 폼이 '여기는 맛집이라 평소같으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지만, 지금은 점심시간을 지나서 들어갈 수 있는거야'라는 느낌이 강하다. 자신 있게 마라 볶음짬뽕과 볶음밥, 샤오롱바오를 하나씩 시켰는데... 실망이다. 마라는 레몬을 서너개는 한꺼번에 먹는 것처럼 시큼하고 샤오롱바오는 안쪽에 뜨끈한 국물이 나오지 않는다. 좋은게 좋은거라고 '그래도 재료는 많이 들어갔네'라고 하지만 실망스..

[리스본 쟁탈전] 선생님이 리스본 쟁탈전의 전말을 새로 쓰는 거에요

어렵다. 오랜만에 어려워서 포기할 수준의 책을 읽었다. 실제로 포기하기도 했고. 원래 사라마구의 만연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우리에게는 생소한 포르투칼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데다 독자가 그걸 알고 있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난이도가 상당하다. 그는 확고한 손으로 볼펜을 잡고 원고에 단어를 하나 덧붙인다. 역사가가 결코 쓴 적이 없는 단어. 역사적 진실을 위해 그가 결코 쓸 수 없었던 단어. 부정을 뜻하는 단어. 이제 이 책은 십자군이 포르투갈인들의 리스본 함락을 돕지 '않을'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써진 문장은 진실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비록 조금 다르기는 해도, 우리가 거짓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진실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누르게 된 것이다. 거짓이 진실의 자리에 들어섰다. 그리고 이..

[미등록자] 위정자와 위선자

한 10년 전에 로 읽고 다시 접했다. 제목이 바뀐데다 세월이 많이 지나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완전히 새롭게 읽었다. 어떻게 범인이 나오는 순간까지 기억을 못 할 수 있었을까. 아무튼 10년 사이 많은 것이 바뀌었다. 대한민국은 그 사이 4월 16일의 아픔을 딛고 대통령을 탄핵하며 시민 민주주의의 역사를 다시 썼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소모적인 이념 정쟁은 계속하고 있지만 조금씩이지만 투명한 사회, 시민의식의 발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일본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50%를 넘지 못하는 투표율은 조금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극우화, 관료주의는 여전하다. 시민의 정치적 무관심도 그자리에 그대로다.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요? 아사마 형사님, 국민이 뭘 할 수 있나요? 데모를 하든 연설을 하..

[닥터 두리틀] 소년이여, 모험을 떠나라

동물과 말을 할 수 있는 의사, 두리틀.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책 중 하나다. 그런데 무슨 내용이었더라? 아무튼 이 영화는 2가지에서 좋았다. 일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종료 이후 남아있는 고뇌하는 히어로의 모습을 지워버릴 캐릭터의 등장이다. 허세 가득한 미치광이 천재의 모습은 아이언맨과 비슷하면서도 멋지다는 느낌은 적어서 괴리감 없이 아이언맨을 지울 수 있었다. 두번째는 동물. 호랑이부터 기린, 날다람쥐, 오리에 용까지 다양한 동물의 등장이 아이와 함께 볼 만한 영화로 최적이다.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영화기 때문에 스토리상의 핍진성을 강하게 따질 필요는 없다. 둘리틀은 뛰어난 수의사로 동물과 말을 할 수 있고(이건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연구해서 배웠다는 설정이다.) 과거 영국을 구해 낸 적이 있어 ..

영화 삼매경 2020.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