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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꾼] 그 모든 농담들이 유래한 곳은 어디인가

현대 SF의 아버지이자 아직 능가하는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짧은 단편 중 하나다. 이 작품에서 아시모프는 모든 농담들이 유래한 곳은 어디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와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쓴 소설도 있는데 수십년 선배의 글이 훨씬 함축적이면서 충격적이다. 인류의 과학이 최정점을 찍고 인간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철학적인 탐구를 하는 시대다. 과학적인 문제를 해결할게 없기 때문에 마스터를 뽑아 멀티백이라는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하면서 철학, 역사적인 결과물을 뽑아내고 있다. 마스터인 마이어호프는 농담의 기원을 찾고 있었고 여러가지 농담을 멀티백에게 들려준다. 그리고 충격적인 결과는... 어떤 외계의 지성체가 농담을 만들었고 그걸 선택된 시간과 공간에 인간의 마음속에 넣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더욱 훌륭했을

2.5단계로 격상하기 직전, 정말이지 오래간만에 영화를 봤다. 코로나로 뒤숭숭한데도 꽤 들어찬 관객을 보면서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못해다 칠팔백만은 찍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신세계2라는 유언비어를 들려줘서 그런가보다 하고 보다가 깜짝 놀랐다. 완전 아니잖아. 일단 즐거운 것은 방콕의 모습이다. 영화 특징상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지만 익숙한(?) 동남아의 간판과 모습들이 반갑다. 국가의 특수요원에서 살인청부업자로 살아가는 인남(황정민)은 옛 연인의 납치된 딸을 찾으러 방콕으로 향한다. 딸을 구하려다 연인도 죽어버린 상황. 그리고 일본 청부업의 미친개인 레이(이정재)가 형의 복수를 하겠다며 그를 뒤쫒는다. 얽히고 섥힌 추격전 가운데 예비 스랜스젠더인 유이(박정민)이 인남을 돕기 시작하고 납치에 관여한..

영화 삼매경 2020.09.08

[철도원] 향수와 그리움

철도원 / 러브레터 / 악마 / 츠노하즈에서 / 캬라 / 백중맞이 / 메리 크리스마스, 산타 / 오리온 좌에서 온 초대장 아사다 지로의 단편집이다. 대표작인 철도원을 비롯해서 의 원작인 러브레터 등이 실려 있다. 그 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 대여섯편이 함께 실려 있는데 하나하나 울림이 있는 기분 좋은 작품들이다. 한 이상한 사내에 의해 유린당하는 일가족을 그린 악마, 아버지와의 화해를 다룬 츠노하즈에서, 묘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캬라와 오리온좌에서 온 초대장, 기묘한 이야기에 가까운 백중맞이와 알 수 없는 情을 다룬 메리 크리스마스, 산타가 실려있다. 일본어에 아소비 고코로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자면 '놀이 심성', 더 풀어서 말하자면 '때로는 세상에 소풍 나온 듯 쉬엄쉬엄 놀기도 하는 장난기'쯤이..

[여주 파사산성] 남한강 거슬러 가볍게 땀 흘리며

코로나로 답답한 요즘, 거리두기를 하면서 뭔가 특별한 게 없을까? 가벼운 드라이브와 등산을 할 수 있는 여주 파사산성이 떠올랐다. 한시간 정도면 오르는데다 남한강이 내려다보이고 무엇보다 돌을 쌓아 올린 산성이 독특한 분위기를 보이는 곳이다. 바로 아래에는 유명한 막국수집도 있고 몇년 전 다녀온적도 있어서 드라이브 삼아 여주로 향했다. 조금 늦은 오후, 도착해서는 에서 국수 한그릇씩(보쌈고기는 안먹으면 후회할 뻔 했다) 먹고 산길을 오른다. 한시간이 채 되지 않아 파사산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산성 주변은 녹음이 없어 그대로 햇볕을 받는데, 오늘은 해가 없어 덥지도 않다. 노란 벽돌길을 따라 걷는 도로시처럼 산성을 따라 가볍게 산책 걸음을 옮긴다. 간혹 함께 등산하는 이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낙조가 유명한 이..

[쓰리 빌보드] 복수와 용서의 이야기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당한 딸의 범인을 찾지 못하는 경찰에 대한 분노를 세 개의 광고판에 그들을 비난하는 광고를 게시함으로써 여실하게 표현한다. 그리고 경찰은 그녀를 회유하고, 협박하고, 사과한다. 여느 스릴러물이라면 이 광고를 건 여성은 딸을 죽인 범인을 찾아나서리라. 그리고 경찰이 이 사건에 깊숙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고 위험에 처하거나 그들을 처단할거다. 그런 면에서 딸을 죽인 범인이 등장하지 않는 이 영화는 스릴러물이라 볼 수 없다. 포털의 영화정보에서 의 장르 분류는 코미디/드라마/범죄라고 되어 있다. 원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탓일까. 코미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저게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한거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찰들이 막무가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감정에 치우쳐 시..

영화 삼매경 2020.09.03

[좀 이상하지만 재미있는 녀석들] 멍청한 인공지능

인공지능, AI가 미래먹거리로 떠올랐다. 몇년 전 알파고가 휩쓸고 지나가기는 했지만 이후에는 다시 큰 변화가 없었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큰 움직임들이 있었나보다. 학교에서는 AI를 가르치겠다며 교과과정을 만들고 있고 나라에서는 데이터 센터니 디지털 댐이니 수십조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인공지능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는 로봇 청소기에 인공 신경망을 연결했다. 나는 로봇 청소기가 물건에 부딪히지 않고 돌아다니는 법을 학습하길 바랐다. 그래서 속도는 높이고, 범퍼 센서에 부딪히는 것은 피하는 것에 보상을 주도록 설정했다. 로봇 청소기는 뒤로 주행하는 법을 학습했다. 후면에는 범퍼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소린가. AI라면 척척 알아서 다 하는거 아닌가. 이 책은 그런 편견(?)을 깨버..

[연남동 포가레] 도가니로 만든 쌀국수

와이프와 연남동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다가 곱창쌍국수라는 표현 때문에 어? 이거 뭐지? 하고 들어온 가게. 마침 며칠 전 곱창쌀국수라는게 있대, 맛있대, 매캐한 느낌이래 하는 말을 나눴었는데 저녁시간에 맞춰서 등장하다니 신기하기도 하다. 샛노란 벽지가 이국적인 느낌을 더해주는 기분 좋은 식당이다. 대표메뉴가 세가지다. 곱창, 닭, 도가니. 곱창과 도가니를 시킬 수 있는 세트를 시키면 분짜와 반세오중 하나를 준다. 맛본 적 없는 반세오로 선택하고 기다린다. 손님이 오기에 이른 시간이어서 음식이 금새 나오는데 포스가 심상찮다. 서빙하기 전 갑자기 토치에 불을 붙이더니 불맛을 입힌다. 눈 앞에서. 그런데 결과물은 썩 좋지 못한지 느끼한 맛이 너무 강하다. 도가니는 기가 막혔는데 우리 도가니탕과 크게 다르지 않..

[잠자는 미녀들] 세상의 미래를 여자에게

어느날 갑자기... 지구상의 모든 여자들이 잠이 든다. 황당하기는 하지만 상상해보면 좀비 아포칼립스 못지 않게 끔찍한 상황이다. "우리 시간으로 7시에서 8시 사이, 태평양 표준시로 4시에서 5시 사이에 시작됐어요. 그래서 서쪽 지역에 있는 여자들이 먼저 심하게 타격을 받은 거예요. 그러니까 우린 하루 남아있는 셈이죠. 하루치 기름이 남아있는 거예요." 처럼 전 지구적인 초자연 현상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유따위는 소설이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다. 여자(간난아이부터 할머니까지)가 잠이 들게 되면 고치 처럼 가는 실타래가 몸 주위를 둘러 싼다. 이걸 훼손하면 전력을 다해 주변을 공격한다. 마치 좀비처럼. 이 상황이 엄청 잔인한 것이 대부분 이 고치를 훼손하는 건 가까운 남자들이 대부분인데 모두 끝이..

하나개 해수욕장 갯벌에서 동죽캐기

포항으로의 여름휴가가 너무 재미있어서일까, 아쉬워서였을까. 또다시 바다로 가고파서 고민하다 이번에는 갯벌에서 뭔가를 캐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몇년 전에 왔던 하나개 해수욕장을 떠올렸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이번에는 만발의 준비를(양파망, 캐는 도구 등등) 하고 왔는데 그새 전문적인 대여센터가 생겼다. 일인당 1만원 안쪽에 장화와 괭이, 양파망을 주고 돌아갈 때는 해감 주머니에 해수와 함께 담아주기까지 하니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는길은 순탄치 않았는데 요 몇년 사이 육지와의 연결다리가 생겨 접근성이 좋아졌는데 그 때문에 차가 너무 많이 막히는 악순환이다. 주차장도 좁고 길도 원웨이라 잘못 걸리면 하릴없이 기다려야 한다. 해수욕장은 인천답게 비릿한 냄새와 푸석한 모래, 꿉꿉한 공기, 갈매기..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될 놈을 고르는 법

섣불리 창업을 하거나 제품을 출시해서 쫄딱 망한 사례를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삼성이나 코카콜라, 구글처럼 세계 탑클래스의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가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왜 그럴까? 그렇게 똑똑한 연구진들과 직원들, 경험많은 경영진이 있음에도 이렇게 많은 실패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걸 미리 방지할 수는 없는 걸까. 어느 회사건 신제품 출시 전에 수많은 시장검토를 한다. 설문조사와 트렌드분석을 통해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은 마케팅의 기본중의 기본이다. 그리고 시제품을 만들어서 보완해 나간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해도 이미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다. 사람은 과도한 비용이 투입된 결과물을 빨리 포기하기 싫어하고 그건 기업의 총수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마..